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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것의 매력

by manydifferent 2020. 7. 1.
오리엔트 주피터



태엽시계는 잘 망가진다.



아무리 소중하게 다루어도 몇 년이면 톱니에 칠해진 기름이 말라붙을 것이다.



정교하게 맞물린 기계 장치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쉽게 어긋난다.

SW280-1






시계에 귀를 대면 빠른 박자로 움직이는 태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계 장치는 내가 듣지 않아도 항상 이런 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도 정교한 것이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있는가?



나는 여태 쉽게 망가지는 것이 불편했다.

Glycine gl0193





그렇지만 망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원한건 아무 것도 아니다.



서서히 망가지는 나의 몸처럼, 위태롭지만 집요한 것만이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망가지는 것들은 의외로 꽤 오랜 시간을 나에게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2020.07.01 오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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