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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공황과 우울2

2. 이유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의 이유가 된다 좁은 공간. ​ 나는 어릴 적부터 좁은 공간을 싫어했다. 조금이라도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졌다. 누군가 장난으로 나에게 이불을 덮어 씌우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또래 애들이 '햄버거 놀이'를 하면 정색을 하고 빠져나와 화를 냈다. ​ 그래도 자라면서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는 듯 했다. 20살이 되고 난 후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가 되었다. 친구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통영까지 여행을 다녀오고, 좁은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다녀오거나 하는 동안에도 조금 예민한 정도였지 공황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 어느 날 화장실 문고리를 교체하다가 화장실에 갇혔다. 문이 닫힌.. 2021. 3. 16.
1. 공포가 공포를 만든다 나는 당신이 놀이기구 정도는 무서워하길 바란다. 아니면 번지점프라도. 그렇지 않으면 내가 느끼는 걸 설명할 수 없으니까. ​ 어릴 적에 나는 내가 조금은 용감한 줄 알았다. 그래서 소풍으로 간 유원지에서 타게 된 놀이기구도 적당히 즐거워하리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서있던 줄이 짧아질 수록 심장은 요동치고, 롤러코스터 좌석에 앉아 조여내려오는 안전바의 무게를 느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전율이 공포와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우리는 보통 놀이기구를 잘 타고, 번지점프를 해내는 사람을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그 분야에서는 덜 용감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이런 걸 못한다는게 나쁜 건 .. 202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