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주제들/음악8

김사월의 음악 나는 김사월을 좋아한다. ​ 김사월의 음악에는 '나' 가 있다. 그리고 '너' 도 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는 오직 '나의 너' 아닌가. ​ 김사월의 노래가 나오면 세상에는 '나' 와 나를 사랑하길 바라는 '나의 너' 만이 무대에 오른다. ​ 이 무대에는 넓고 외로운 바다가 펼쳐져있다. ​ A라는 섬은 B라는 섬에 가닿지 못하고, 떨어져있는 물의 두께만큼 푸르고 차가운 감정만 파도친다. ​ 파도만은 B에 닿을 수 있을까? ​ 그 간절함과 처량함, 쓸쓸함과 완전히 놓지 못한 희망 사이에서 나는 김사월을 듣는다. ​ ​ ​ ​ 2021.02.13 오전 1:15 2021. 3. 16.
가치의 탄생 (차세대-악광무) 담장 너머 장미 덤불 낡은 정원 집엔 매일 같이 반짝이는 축제 열린다하네 우리들은 단 한번도 여기 초대받지 못해 사람들이 없는 밤에 또 숨어들어가 촛불을 켜고 ​ 악사, 광대, 무희, 모두가 내 친구 공작, 백작 아무도 모를 거리에 그 즐거움 있지 세상에 잠긴 저 창고를 열어 와인, 돼지 잡히는 대로 데려와 유리 식탁 위에 fine time 해가 뜨고선 흔적 없이 ​ 누구에게 닿지 못할 연주 끝나고 난 뒤 돌아서서 잊혀지는 재주 필요 없다네 우리 서로 또 음악이 되고 어떤 춤이 되고 언제 만나 언제 가는지 모르겠지만 잊혀질 사람은 없네 ​ 모두 잠든 새벽쯤에 다시 집을 보니 외로운 고목을 닮아 처량해, 처량해, 처량해 세상의 악사, 광대, 무희, 모두가 내 친구 공작 백작 아무도 모를 거리에 그 즐거움 .. 2020. 6. 4.
유리되지 않은. 형식을 갖춘. (장기하와 얼굴들-거절할 거야) [Official Audio]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 거절할 거야 [mono] 일곡일담 by 장기하 0. 프롤로그 : 모노 전곡을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믹스했다. 60년대 이후로 대중음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비틀즈 1집의 오리지널 모노 엘피를 구해 듣고 충격 받았던 적이 있다. 소리들이 좌우로 펼쳐지지 않고 가운데에 다 몰려 있는데도 모든 악기가 명료하게 들렸고, 뭐랄까, 묘하게 더 집중하게 되는 사운드였다. 그때부터 모노 믹스를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곡들을 다 쓴 후 늘어놓으니 공통된 키워드가 “혼자”였다. 함께가 아닌 혼자...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확신이 들었다. 이번 음반은 모노여야 해! 제목도 모노! 믹스.. 2019. 6. 15.
사람을 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마호가니 킹-브래드씨 이야기) [MV] 마호가니 킹 (Mahogany King) - 브래드씨 이야기 (Hello, Mr. Brad)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 우리는 아주 가끔 슬퍼한다. 정확히는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다. 예술이 온전한 하나의 형식을 보여주는 일이라면, 예술이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독립된 형식들이 나와 연결되는 과정일 거다. 아주 놀랍게도, 나는 네가 아닌데 나는 네가 슬플 때 슬퍼한다. 이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것이 정말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에 내가 느끼는 것이 너의 슬픔이 아니라 내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결국 나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고통을 줄 수는 없다. 우리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내가.. 2019. 5. 19.
누군가의 여름, 사랑에 빠지는 계절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새로운 여름) "2012년, 저는 제가 '여름'이 되면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때의 '여름'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나에 대한 이해. 이를 표현하는 수단 속에 어떤 리듬이 있다면, 그 이해는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수단은 음악이다. 좋은 노래라면, 노래를 들었을 때 타인의 모습이 보여야한다. 하나의 노래가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오는 철저한 타인의 모습. 이 속에서 나를 찾는다면 그것은 보편성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는 한 명의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노래들이 많다. 그것들은 그림자는 뚜렷한데 존재감이 흐릿하다거나, 팔다리가 있어야할 자리에 머리가 있는 식이다. 보통은 그 머리마저도 넘의 머리다. 노래만 그런가? 영화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2019. 3. 30.
사랑 노래와 사랑 노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소란(SORAN) -'Perfect day' '좋은 음악은 결국 알아본다' 소란의 배짱이다. 그들의 배짱처럼 좋은 음악이 결국 날 알아봐주러 왔다. 반갑다. 음악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곳에서 설레는 사랑 노래를 판매할 좌판은 마련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소란의 음악은 포화한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기어코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시장에서 판매를 위해 내놓는 물건은 대상이 되는 고객의 일반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20대 여자가 좋아하는 음악, 20대 남자가 좋아하는 음악 따위를 구상하는 거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개개인의 단독적인 경험보다는 '연애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진부하게 느껴졌고, 거부감.. 2019. 3. 23.
신도림과 스트립쇼 (일탈-자우림) 오늘 처음으로 신도림역에 와봤다. 나는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들었고, 줄곧 품던 의문이 해결됐다. 왜 하필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 신도림역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난 와본적도 없는데 누군가가 어떤 공간을 매일 이렇게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사람들에 치이다가, 역 어딘가에 조금 트인 공간(환승을 위한 사람들의 개미 행렬 밖의) 에 섰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스트립쇼를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자 가사가 모두 이해됐다. 어떻게 할 일이 쌓였는데 훌쩍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 보기 하루 전에 삭발을 해봤자, 상대는 내가 원래 장발이었는지 민머리였는지 알 턱이 없다. 애인이 아닌 사람의 눈.. 2019. 3. 16.
선우정아 16년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분 왜 나 그대로를 직접 전할 수 없는 것일까? 음악은 그게 되는데. 그래서 나는 뮤지션들을 미워 한다. 시기한다. 질투한다. 뮤지션들은 불완전한 중간 매체 없이 자신을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가 있다. 언어는 절대로 그게 안 된다. 절망적이다. -윤이형 이력서 2009.04.01 선우정아의 음악을 들으면 늘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 무대 위의 가수는 관객 앞에 서있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우가 극 안에서 자신으로부터 드러나는 모든 것으로 역할을 표현해내듯이 말이다. 어떤 가사가 입속에서 머물다가 탁, 뺨 어딘가를 일그러뜨리며 터져나올 때, 나는 그 일그러진 부분에 집중한다. 그것은 나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만 같다. 노래의 중반부에 이르렀을.. 2019.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