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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음악

선우정아 16년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분

by manydifferent 2019. 3. 2.


  왜 나 그대로를 직접 전할 수 없는 것일까? 음악은 그게 되는데. 그래서 나는 뮤지션들을 미워 한다. 시기한다. 질투한다. 뮤지션들은 불완전한 중간 매체 없이 자신을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가 있다. 언어는 절대로 그게 안 된다. 절망적이다.

 -윤이형 이력서 2009.04.01


 선우정아의 음악을 들으면 늘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 무대 위의 가수는 관객 앞에 서있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우가 극 안에서 자신으로부터 드러나는 모든 것으로 역할을 표현해내듯이 말이다.


 어떤 가사가 입속에서 머물다가 탁, 뺨 어딘가를 일그러뜨리며 터져나올 때, 나는 그 일그러진 부분에 집중한다. 그것은 나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만 같다. 노래의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뱁새와 알 수 없는 작곡가의 가사는 광기가 어려있는 것처럼 들린다. 음악이 시끄러워진다. 그러다 금세 소리는 잦아들고 머리에는 노랫말 하나가 남는다.


 그러나 나는 나라는 것. 그리고 비온다의 첫 마디가 시작된다. 나는 왜 그 차분함 속에서 위안을 얻는 것일까. 가사는 여전히 나의 일그러진 어딘가를 꼭 붙잡아두고 있다.


 삐뚤어졌어를 부르는 선우정아의 표정과 몸짓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몇 시간이고 이 노래를 돌려 듣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어째서 이 노래가 그 때의 나를 잠들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무대에는 시종일관 비가 내리고 있고, 비가 조금 잦아들어도 습기가 가득한 공기에는 달갑지 않은 내 감정이 녹아있다. 짜낼 수 없는 감정들을 가득 머금은 채로 있는 나의 어느 부분을 두드린다. 이 먹먹함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선우정아는 비온다를 곡의 마지막에 다시 배치한다. 나는 선우정아가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이 곡을 부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 블레이드 러너에서 로이 베티는 그가 죽이기 위해 쫒던 데커드를 죽음에서 구한다. 그리고 말한다.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로이 베티는 삶에 미련을 품었다. 하지만 데커드의 삶을 구원하기 위해 추락하는 데커드의 팔을 붙잡은 것은 아니다. 단지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봐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로이 베티의 말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 없이도 누군가를 위로하고있다.


 나는 마지막을 채우는 이 노래에서 그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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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선우정아가 삐뚤어졌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내놓는 것이 기쁘다. 하지만 나는 이 때의 삐뚤어졌어가 좋다.

물론 나의 느낌일 뿐이지만, 최근의 삐뚤어졌어는 이 때보다 행복에 겨운 느낌이 든다.






 2019.03.02 PM.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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