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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음악

가치의 탄생 (차세대-악광무)

by manydifferent 2020. 6. 4.

 

 

담장 너머 장미 덤불 낡은 정원 집엔

매일 같이 반짝이는 축제 열린다하네

우리들은 단 한번도 여기 초대받지 못해

사람들이 없는 밤에 또 숨어들어가 촛불을 켜고

악사, 광대, 무희, 모두가 내 친구

공작, 백작 아무도 모를 거리에 그 즐거움 있지

세상에 잠긴 저 창고를 열어 와인, 돼지 잡히는 대로 데려와

유리 식탁 위에 fine time

해가 뜨고선 흔적 없이

누구에게 닿지 못할 연주 끝나고 난 뒤

돌아서서 잊혀지는 재주 필요 없다네

우리 서로 또 음악이 되고 어떤 춤이 되고

언제 만나 언제 가는지 모르겠지만

잊혀질 사람은 없네

모두 잠든 새벽쯤에 다시 집을 보니

외로운 고목을 닮아 처량해, 처량해, 처량해

세상의 악사, 광대, 무희, 모두가 내 친구

공작 백작 아무도 모를 거리에 그 즐거움 있지

난 그냥 우리 그 낡은 집에서

my love, my firend 내키는 대로 데려와

작은 불씨 옆에 fine time

-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가? 사전에 따라, 가치가 인간이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면 그 중요성을 결정 짓는 요소는 주체(인간), 대상, 관계, 이렇게 세 가지라 할 수 있겠다. 주체가 있기 전에 가치가 미리 존재할 수는 없으므로, 가치는 이미 매겨져있는 것이 아니라 매겨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체와 객체가 상호하면서 매 순간 그 중요성이 발생하고, 가치는 어디까지나 주체가 존재하는 한에만 유지되므로 어떤 대상이 타고나 지속되는 절대적인 가치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매겨져 있는 가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명품 시계와 가방, 옷, 관념을 수반하는 어떤 선택이나 경험들에 대해 나는 자주 이미 매겨진 가치를 수용한다. 주체인 '나'가 대상과 얽히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한 가치가 아니라면, 남이 만들어낸 가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초대 받지 못한 축제'를 욕망하는 것만큼이나 비극적이고 쓸쓸한 일이 될 수 있다.

  주체와 대상이 맞닿지 못한 채로 발생한 관계는 뒤틀려있게 마련이다. 내가 욕망하는 많은 것들은 초대 받지 못한 축제와 비슷하게 존재한다. 차세대는 그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 쓸쓸한 욕망의 한복판으로 숨어들어간다. 그리고 촛불을 켠다. 반짝이는 축제를 재현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해가 뜨면 축제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순간 서로에게 음악이, 춤이 된 사람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매겨져 있는', 즉 주체가 결여된 가치와, 주체가 존재하는 가치의 차이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반짝이는 듯 보이는 자리는 중요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실은 그 자리에 내가 연 축제만이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건 아닐까.

  결국 장미 덤불이 덮인 정원 집은 초라한 모습이 되고, 나는 그냥 나의 낡은 집에서 나만의 축제를 연다.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가? 나는 나의 축제를 열어야한다. 그러면 축제가 열리는 정원은 나의 정원이 될 것이다. 가치는 그럴 때에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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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아이러니

이 곡에서 흥미로운 것은 남의 가치를 모방하려는 시도가 먼저 존재한다는 점이다.

[남의 축제를 따라하기 위해 남의 집에 숨어들고 - 결국 남는 것은 축제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춤과 음악이라는 걸 깨닫는 것]

주체성이 있어야 가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주체성이라는 것이 미리 있긴 한 것인가? 나는 아닌 것 같다.

(주체-관계-대상=가치) 의 도식은 일방적이지 않다. 가령 별 생각 없이, 혹은 등떠밀려 일어난 어떤 것에 가치를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렇게 가치를 느끼고 난 후 주체와 관계가 변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치는 주체와 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이 노래가 그런 과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20.06.04 오후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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