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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03.16 인천 혼자 여행

2019.03.16 나의 인천 여행기

by manydifferent 2019. 3. 17.

 

(사람이 없을 때 찍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1월부터 세 달짜리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이 끝난 후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았다. 백이면 백, 여행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심지어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1월의 나는 의욕적이었다. 얼마간의 돈이 모일 예정이었으므로,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도 가보지 못할 곳은 없었다.


 유력한 후보로 오른 여행지가 몇 군데 있었다. 3월 중에 여행 계획서를 진지하게 써볼 생각이었다. 모든 일정을 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윤곽을 잡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3월의 절반을 넘어갔을 때, 내 의욕은 이르게 피운 모닥불처럼 다 타버려 미지근하게 식어있었다.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 일단 그것은 마음의 힐링이나 젊어서 하는 고생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 훅하고 떠나본 경험이 꽤 있었기 때문에(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힐링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었으며, 살아있는 것도 이미 충분히 고생스러우므로 내 인생에 고생 사리추가 같은건 필요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가치란 나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고, 내 삶에는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조사였다. 


 만약 내가 집을 떠나 한 달을 살게 된다면, 그 시간들은 여태껏 살아왔던 시간 중에서 가장 타의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에겐 뭐가 필요할까?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나는 일단 고독을 예상했다. 나는 혼자서 정처없이 떠돌아본 경험이 꽤 있었고, 그럴 때 찾아오는 고독의 질감은 내가 평소에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채울 활동들이나, 필요한 것들은 알 수가 없었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그것을 알 수 있게 되는지도 솔직히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조금 남아있는 이 의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큰 계획을 세우려니 너무 막연해서 거부감이 드는지도 몰랐다. 우선 아주 짧은 여행을 시작해보자. 나는 그래서 3월 16일, 1박 2일로 인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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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hat made me really decide to travel


 여행 전날 부터 집 인터넷이 먹통이었다. 사실 당일까지도 여행지는 커녕 갈지 말지도 확신이 없었다. 통신사에 고장 문의를 다시 해봤지만 차도가 없었고, 인터넷이 없는 집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충격적인(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짐을 쌌다. 휴대폰 데이터로 '여행지 추천' 따위를 검색하다가 이런 방식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명만 간단하게 써 있는 지도를 보고 여행지를 고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생긴 거였다.)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것은 느낌이었다. 글씨가 왠지 예쁘다던지 하면 갈 생각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지역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까 글씨가 다 그냥 글씨로 보였다는 거다. 눈에 들어오는 지역은 조금이나마 아는 곳이거나, 가본 곳이었다. 이상하게 가본 곳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멀리 갈 생각도 있었으나, 먼 곳에도 느낌이 오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인천을 가기로 했다. 나는 인천에 차이나 타운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인천상륙작전도 알았으니까. 그 중 그나마 아는 곳을 고른 셈이다.


 조금 찾아보니, 인천 인구의 70%는 인천 내에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고 나니까 퍽 매력적인 동네인 것 같았다. 차이나 타운에서 밥을 먹고, 인천상륙작전의 상륙 지점을 보러가자. 나는 챙겨둔 1박 2일치 짐을 들고 곧장 집을 나섰다.


2. Where am I?


 목적지인 인천역은 집에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보조배터리를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을 생각이었다.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행기 모드에서는 블루투스가 안 된다. 이건 작년에 처음 비행기 타면서 깨달은 사실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까먹었고,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진 핸드폰의 외부 스피커는 내가 듣고 있던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대고 있었다. 나는 될대로 되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비행기 모드를 끄고, 4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노래를 스트리밍하며 블로그에 글을 썼다. 배터리 절약모드도 안 켰다. 덕분에 도착할 때까지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사진을 좀 더 멀리서 찍고 싶었는데, 인천역 앞에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인천역에 도착했다. 당연히 배터리는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나는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배터리를 조금이라도 남겨두어야 했다. 핸드폰을 전혀 보지 않고 돌아다니는 경험이 꽤 오랜만인 것 같았다. 역 앞 횡단보도 너머로 차이나 타운 느낌이 물씬 나는 상가들이 즐비했다. 그저 느낌을 따라 돌아다니리라. 나는 인천 공기를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


 

(차이나  타운이라고 써 있지는 않지만 나는 차이나 타운이라고 생각했다.)


 차이나 타운에는 짜장면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얀 짜장도 있다고 했다. 근데 나는 당시에 짜장면이 안 먹고 싶었다. 나는 딤섬이 먹고 싶었다. 문을 지나자 예상치 못한 언덕이 나타났고, 좌우로 중국집들이 늘어서있었다. 신선함은 잠시였다. 왜 여행지는 죄다 이렇게 생긴 걸까 싶었다. 오후 1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나는 그 날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허기에 지배되어 하얀 짜장을 먹을까 했지만, 딤섬을 파는 곳이 없겠나 싶어 이곳저곳 뒤져봤다.


 

(정말 반가웠다)


 딤섬은 포기하려던 찰나, 골목을 돌았는데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서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인사를 하고 아무데나 앉으면 되냐고 물어봤다. 근데 다들 대답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빙을 맡으신 분이 한국어를 잘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쓸데없는거 물어보지 말고 주문을 간단 명료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새우 딤섬과 양꼬치, 닭꼬치를 시켰다. 차이나 타운에서는 양꼬치를 꼬치 한 개 단위로 판다. 난 그게 마음에 들었다.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주문하기 어려운 메뉴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왜 딤섬 딤섬 하는지 알겠다.)


 그렇게 딤섬과 꼬치를 먹고 있는데, 내 옆 좌석에 남자 두 분이 와서 앉았다. 두 사람은 서빙하는 분에게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서로 질문과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치 이 집 단골인 냥 두 분에게 새우 딤섬을 추천해줬다. 서빙하시는 분이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자 활짝 웃었다. 혼자있는 동안에는 이렇게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꽤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그렇게 딤섬과 양꼬치를 먹었다. 그리고 함께 시킨 청도 맥주도 마셨다. 첫 끼를 성공해서 기분이 좋았다.


 3. My familiar loneliness

 

 난 인천상륙작전의 상륙지점을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찾아보니 그건 월미도에 있었다. 그래서 적당히 차이나 타운 인근을 둘러보고 월미도까지 걸어가볼 생각이었다.(얼마나 멀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도도 제대로 보지 않고 돌아다니다 보니 자꾸 같은 데가 나왔다. 



(한중문화관. 옆에는 인천화교역사관이 있다.)


이 건물을 하도 마주치니까 정이 들었다. 그래서 들어가보기로 했다. 안내 데스크에 계신 분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이었다.


(입장권이 옛날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같이 팔에 두르는 형태였다.)


한중문화관과 인천화교역사관은 두 개의 건물이지만 연결되어있다. 한중문화관의 1층을 관람하고, 엘리베이터로 3층까지 올라가서 3층, 2층 순서로 관람한 후, 2층으로 연결된 인천화교역사관쪽으로 넘어가는 된다. 1층에는 사진들이 전시되어있고, 3층과 2층에는 박물관처럼 각종 물품들과 그에 관련한 설명들이 있었다.


 


(3층에는 이렇게 중국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관도 있었다. 가서 이것저것 입어봤다.)



 화교역사관까지 보고 난 후, 또 마음에 드는 길을 따라서 돌아다녔다. 옛날 느낌을 내는 간판을 달아놓은 가게들도 더러 있었고, 여러모로 관광지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였다.

 

(옛날 문구점 컨셉. 내부에는 오락기들이 있다. 벽면에 선데이서울이나 옛날 포스터들이 있었다. 박정희 사진이 걸려있는 게 재미있었다.)


(중구청과 중구청에서 내려다본 사진. 도로가 벽돌로 되어있다.)


 그리고 조금 걸으니 중구청 건물이 보였고, 나는 이쯤에서 월미도로 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길을 잘 몰라, 관광지도를 보고 대충 방향을 잡아 걸었다. 나는 이 날 중구청 건물을 세 번 마주쳤다. 주위를 크게 빙글빙글 돌았던 거다. 세 번째로 중구청을 만난 순간, 나는 월미도는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버스타는 곳을 몰라 잠시 헤맸다. 이 날 하루 패턴이 거의 비슷했다. 목적지를 불분명하게 정했고(솔직히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었으니까) 마음에 드는 길을 걷자는 심정으로 돌다보면 같은 곳을 여러 번 마주쳤다. (엄청 걸었다 정말) 그럼 진이 점점 빠진다.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렇게 걷는 것도, 관광지스러운 것을 혼자 보러다니는 것도 참 외로웠다. 이건 너무 친숙한 외로움이었다. 그냥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외로움이다. 다른 점이라면,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그 외로움에 내던져져 있는 느낌이라는 거다.


 그래서 한참 돌아다니다보면 혼잣말을 자주 하기 시작한다.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누가 볼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월미도로 향했다.



 4. What makes these places look the same



 관광지는 정말 관광지스럽고, 다 비슷하다. 어떤 시군에서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면, 아마 온 지자체에서 달려와 조사하고 벤치마킹을 하는 것 같다. 긴 상가 건물을 짓고, 상인들을 욱여넣는다. 일괄적으로 간판을 만들어 달아준다. 비슷한 것들을 파는 상인들이 나와 호객 행위를 한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부산 갔을 때도 양곱창촌에서 양곱창 맛있게 먹었고, 속초에서도 회 센터가서 회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몇 번 보면, 거기서 더 이상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지는 않았다.


 


 (뿅간다는게 재밌어서 찍었는데, 무한도전에 나온 말인지 몰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지 않는가. 나는 아무 기대도 없었으므로, 실망도 없었다. 하지만 재미도 정말 없었다. 월미도 디스코팡팡도 구경했다. 개그콘서트 보는 것 같았다. 조만간 누가 고소 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월미도 등대길에서는 연을 날리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주 인기가 좋았다. 커다랗고 꼬리가 아주 긴 연으로, 여의도 한강 공원 같은 곳에 가면 볼 수 있는 종류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넋을 놓고 봤다. 

(머리 위로 연이 지나갈 때면 다들 환호했다.)


 월미도를 헤맨 것은 인천상륙작전 때문이었다. 상륙 지점이 월미도 외곽에 있을 것 같았다. 외곽을 따라 몇 바퀴를 돌았는데도 못찾았다. 점령작전 기념비는 몇 번을 마주쳤는데, 난 상륙 지점이 보고 싶었다. 기념비는 그냥 기념하려고 세운 거니까. 정말 상륙한 곳이 보고싶었던 거다.

(혹시 물 가까이 있을까 하고 한참 돌아다녔다.)


  돌이 조금 미끄러웠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정말 넘어질 뻔할 때 즈음이었다. 나는 월미도 관광 안내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말 친절하셨다.)


그렇다. 내가 이미 지나친 것이었다. 심지어 초입에 있었다. 나는 신나서 달려갔다. (진짜 폴짝폴짝 뛰어갔다.)


 

(감동의 물결 소리가 들리는가?)



5. What am I supposed to do now?


나는 기뻤다. 나는 잠깐 기뻤고, 이제 인천 여행의 의미를 완전 잃었으며, 핸드폰 배터리도 잃었다. 그래서 이 이후에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나는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다가 숙소를 예약했다. 어떤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동인천에 있다고 했다. 남은 배터리를 쥐어짜 예약을 하고, 예약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일단 동인천으로 갔다.


 숙소는 동인천 지하상가 7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골목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나는 11번 출구 앞에 있었다. 눈 앞에 골목 안쪽으로 게스트 하우스가 하나 있었지만, 찾아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진이 조금 빠져서 길을 잃기 보다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11번 출구로 들어가 지하상가를 구경하고, 7번 출구로 나오는 것이었다. 내려가보니 7번 출구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다. 그리고 7번 출구로 올라갔다. 나는 정말 어리둥절해졌다. 꽤 걸었는데, 내가 제자리에 있던 것이다. 그렇다. 두 개의 출구는 붙어있던 거다. 내가 처음 동인천역에 도착해 만났던 게스트 하우스는 내가 찾던 그 게스트 하우스였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마음이 들어 핸드폰 메일을 확인해보니, 게스트 하우스로부터 객실이 마감이라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동인천 역이 코앞에 있었고, 해도 아직 지지 않은 상태였다. 집에 갈까 싶었다. 하지만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좀 피곤했고, 지하철을 하루에 6시간 넘게 타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저녁을 먹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동인천 관광지도를 봤다.


 그러자 왠걸, 돌아다닐만한 곳이 보였다. 신포 국제시장, 청년몰, 삼치구이 거리 등, 오히려 월미도보다 훨씬 흥미로운 동네였다. 일단 저녁으로 삼치를 먹자. 시간이 늦었으니 국제시장도, 청년몰도 거의 끝물일 거다. 오늘 숙소를 잡고, 내일 두 곳을 돌아보고 일찍 집에 가자. 나는 그런 계획을 세웠다.


 막상 삼치구이 골목을 돌아다니니 조금 망설여졌다. 1인분을 파는건가? 그렇게 문 앞을 어슬렁 거리는데, 어느 가게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호객 행위가 반가웠다. 가게 중간쯤 앉으려는데, (여럿이 앉기 힘든)구석자리를 추천해줬다. 별로 기분은 안나빴다. 앉아서 삼치구이를 시키고 먹었다. 소정주도 마셨다. 그렇다. 술은 좋지 않다. 혼자 여행이고, 숙소를 구하지 않았는데, 해가 질 무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난 그 날 과음은 하지 않았지만, 몸이 정말 피곤해졌다. 그리고 술을 마시니까 마음이 더욱 외로웠다. 앞으로 혼자 술을 마시지는 않으리라. 혼자 마시게 된다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삼치구이는 참 맛있었고, 보기도 좋았다. 하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다. 카운터에 충전기를 꽂아놓은 터라 그곳에서 정말 삼치구이를 먹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물론 사진도 못 찍었다. 그렇게 적당히 배를 채우고 가게를 나왔다. 길을 따라 조금 걸었다. 숙소를 찾으면서 바라보던 동인천 역이 다시 나를 반겼다. 나는 동인천 역에 손을 흔들었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나는 그렇게 집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6. What happened to me


 1. 당일 여행을 떠나더라도 숙소는 미리 잡아두었어야 했다. 둘러보기로 마음 먹은 곳과 숙소를 기점으로 동선을 고려해야한다. 여행 스타일에 따라 밀도를 조정하면 좋다. 자유 여행이랍시고 숙소도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그러고 싶으면, 아침 일찍 도착한 여행지의 인근 숙소들을 둘러보고 예약하는 일을 첫 일정으로 삼아야 한다.


 2. 혼술은 안 됐었다. 일단 위험할 수도 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마시던지, 혹은 숙소에서 마시는 것이 나았을 거다.


 3. 여행지를 아무리 느낌대로 고르더라도 여행지를 선정한 후에는 하루 일정을 채울 만큼의 정보는 수집해야 했었다. 신포 국제시장과 청년몰에 대해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그렇게 월미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거다. 나는 여행 내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인천에 갔을 때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나는 줄곧 여행이 너무 재미없어서 당일에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외로웠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여행기를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나는 하루를 더 버틸 수 있었지만, 어떤 요인들 때문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일단 혼자 여행은 외롭고 심심한 구석이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럴 수록 더더욱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 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술을 마실 때는 더욱 조심하거나, 여행지를 미리 자세하게 알아보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아무 준비도 없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앞으로 나는 막연히 겁을 먹고 준비를 하는 것 대신에 정말 필요한 준비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배운 점이 많다. 좋은 실패인 셈이다.


 그리고 여행의 즐거운 점을 찾았다. 바로 여행기 쓰기다. 여행보다 여행기 쓰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거의 4시간 째 이걸 쓰고 있다. 정말 여행기를 쓰기 위해 여행을 가야할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혼자 여행의 재미같은건 아직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쯤 다시 시도해볼 이유는 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참 궁금하다. 여행기 쓰기는 적어도 한 번쯤 다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9.03.17 PM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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