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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2

이모 -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이모 요즘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 많다. 여태까지 나는 주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데에 힘을 쏟았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아닌 것들을 밀어내고 나면, 내 공간은 아주 텅 비어버린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 때의 나의 공간은 못견디도록 황량하여, 체면치레를 해야하는 어른만 아니라면, 그만 엄마를 찾으며 울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공간이 정말 황량한 이유는, 그 곳에는 엄마라는 것도 없고, 나의 울음을 목격할 누군가도, 짐승처럼 신음하는 내 목소리가 메아리칠 벽도 없다는 데에 있다. 그 텅 빈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노라면, 나는 권여선의 '이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의 세계에는 섬뜩하리만치 무의미한 사건들과 소외가 있다. .. 2019. 4. 2.
계획에 대한 단상 오늘 저녁을 먹었다. 뭘 요리할 건지 생각도 안하고 대충 재료를 볶고 삶고 지지다가 쓰레기를 만들었다. 재료를 날로 씹어먹는 것이 훨씬 즐거웠을 것 같았다. 나는 계획 혐오자였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혐오할 이유가 없었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미워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나는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으면서 계획을 싫어했으니, 그냥 망나니였던 거다. (계획을 안 세우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들 계획적으로 살으라고 하니 무턱대고 계획을 싫어했던 것 같다.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요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그럼 적어도 오늘 저녁에 속이 안 좋아지는 일은 없었을 거다. 내가 잘못 생각.. 2019.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