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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by manydifferent 2020. 8. 21.

라면을 세 개 끓여서 남은 것을 네가 먹니 하는 것보다는

하나를 끓여서 너 먹으라고 주는 것이 나은데

나는 언제나 공연히

라면 세 개가 아니라 스무 개를 끓이고 있고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누구를 주고

짜증내면서 나머지를 버린다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친애하는 개가 내 옆에 드러누워도

길고양이에게 주는 관심조차도 주지 않고

발에 채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얼마나 구질구질한 냄새가 나는 말이냐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데도

끔찍이 여기고

그 끔찍함만큼 주변이 끔찍해진다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 것도 죽이지 못하고

공연히 내 몸만 조금 해치다가

싫증이나면 발에 채는 사람들을 함부로 하곤 하는데

그건 뭣도 아니다

2020.08.19 오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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