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세 개 끓여서 남은 것을 네가 먹니 하는 것보다는
하나를 끓여서 너 먹으라고 주는 것이 나은데
나는 언제나 공연히
라면 세 개가 아니라 스무 개를 끓이고 있고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누구를 주고
짜증내면서 나머지를 버린다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친애하는 개가 내 옆에 드러누워도
길고양이에게 주는 관심조차도 주지 않고
발에 채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얼마나 구질구질한 냄새가 나는 말이냐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데도
끔찍이 여기고
그 끔찍함만큼 주변이 끔찍해진다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 것도 죽이지 못하고
공연히 내 몸만 조금 해치다가
싫증이나면 발에 채는 사람들을 함부로 하곤 하는데
그건 뭣도 아니다
2020.08.19 오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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