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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담배 중독 일지

담배 중독 일지 1화

by manydifferent 2019. 1. 29.

1.16


약 1년만에 담배를 한 개피 피웠다.

처음 피울 때 만큼은 아니지만 연기를 넘기기 힘들었다. 대부분은 마시지 않고 내보내며 한 개피를 다 태웠다.



1.17


담배를 함께 피우는 사람과 있었다. 조금 지루한 상황이 찾아오면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국 얘기하고 담배를 피웠다. 그 이후에 크게 흡연 욕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1.18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생각이 늘어간다.

담배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담배를 피우는 일은 고정된 무언가로 변한다.

마치 담배를 주춧돌로 세워놓은 터에 건물을 짓는 것 같다.

담배를 끊고 꽤 오래 겪었던 일들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은 이후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정말로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에 신기해 했던 것이 생각난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때는 알았었다.


내가 경계해야할 것은 내 삶의 불안들이 아니라, 담배가 그 자체로 내 삶의 불안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울감에 술을 마시다가 술 자체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것 처럼.


이 일지의 끝은 이렇게 마무리 되어야한다. 

나는 이 일지를 쓰기 시작한 이유가, 결국 담배를 피우는 나를 합리화 하는 장치였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 원인을 들어내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나는 그리고 운동을 했다. 몸을 움직여서 얻는 기쁨과 환기. 이것은 기억해두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갈망하는 것은 유대와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의 유대. 어떤 매체들은 함께 있어야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어떤 기억이 떠오른다. 담배를 끊는 것은 중독에 의한 결여감보다도 소속감을 잃는다는 두려움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술과 담배가 누군가와 나를 묶어두길 바라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친구와 헬스장을 다녀오면서, 이것도 유대를 향한 갈망이 채워지는 경험의 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사이 어딘가에 온전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채 서성이고 있다.


1.22


주말 내 별다른 흡연 욕구도, 증상도 없었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자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사무실에 담배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담배를 없앴고, 담배를 같이 피우던 사람에게 다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우울감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허기가 지고, 예전 같으면 술 생각이 났을텐데 이제 술 생각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담배 생각은 난다. 우울감에서 해방시켜줄 출구처럼 느껴진다. 스무 살 알바가 끝나고 정류장에 서있던 생각이 난다. 기억해야한다. 

담배가 우울감을 일시적으로 해소시켜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울감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결핍이 우울감을 만들어낸다. 불안감에서 해소되기 위해 잠재적인 불안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1.23 


우울감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상실감이나 결여감 따위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감정들이 사소한 행동들을 조금씩 만드는 것 같다.

강도가 약해지면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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