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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담배 중독 일지

담배 중독 일지 3화

by manydifferent 2019. 2. 4.

2019.02.04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 오늘과 같은 어떤 날을.


그 날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불안했고, 집 안에서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동시에 나는 어딘가에 마음을 두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게임이라도 집중해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내 몸은 멀쩡하지가 않았다. 약간의 흥미를 부여잡은 채로 게임을 켜고, 관성처럼 입에 담배를 가져다 물고, 눈 앞이 뿌예졌다.

담배 한 개비를 모두 피웠을 때, 나는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고, 모든 흥미를 잃고 침대에 누웠다.


누워있는 것 마저도 편하지 않았다. 선잠 자듯 꿈같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뒤척이다가 무력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온전히 앉거나 누워있기도 힘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나면 조금은 나아져있었다.

그러면 다시 조금 괜찮아진 몸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렇게 하루에 세 번 정도의 잠을 잤다. 나는 그 감각만을 정확히 기억하고, 그 날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 감각은 내가 술을 하루 종일 마셔댈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한 번 입에 대면 멈출 수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담긴 병에 술을 한 번 붓기 시작하면 넘쳐 흐를 때까지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러면 그것은 술병이 되고, 끊임없이 술을 채우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된다. 이런 삶을 나는 반복해야만 했을까?


나의 불안은 살아있다. 하지만 담배가 내 불안을 없애주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나는 아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오늘 집을 떠났을 거다. 하루라도.

이것은 놀이가 아니다. 행복이 아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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