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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짧은 생각

계획에 대한 단상

by manydifferent 2019. 4. 1.

 

 오늘 저녁을 먹었다. 뭘 요리할 건지 생각도 안하고 대충 재료를 볶고 삶고 지지다가 쓰레기를 만들었다. 재료를 날로 씹어먹는 것이 훨씬 즐거웠을 것 같았다.

 

 나는 계획 혐오자였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혐오할 이유가 없었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미워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나는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으면서 계획을 싫어했으니, 그냥 망나니였던 거다. (계획을 안 세우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들 계획적으로 살으라고 하니 무턱대고 계획을 싫어했던 것 같다.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요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그럼 적어도 오늘 저녁에 속이 안 좋아지는 일은 없었을 거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건 뭘까. 난 답을 생각했다.

 

 내가 싫어한 계획은 내 욕망과 무관한 다른 누군가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계획을 자꾸 들이미니까 그냥 거부감이 들었던 거다. 계획을 싫어할 필요는 없었다.

 

 내 욕망을 실현시킬 계획은 필요하다. (욕망이 있다면 말이다.) 구체적일 수록 좋지만 욕망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유연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는 요리를 하기 전에 짧게 요리 계획서라도 써볼 작정이다.

 

 2019.4,1 오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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