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구두와 보수
출근길 버스입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자리를 얻지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차가 흔들립니다. 버스의 모두가 흔들립니다. 서있는 누군가는 앉아있는 누군가보다 큰 폭으로 흔들립니다. 그들의 경직된 다리는 대나무살처럼 뻣뻣하게 휘어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그 사람은 노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애인, 혹은 그냥 좀 힘들어보이는 사람, 어쩌면 너무 건강해서 날 업어줘도 문제없을 것 같은 건장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양보 교육을 잘 받은 탓일까요?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그 사람이 신경쓰입니다. 마치 내가 서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 다리가 활처럼 휘면, 내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나는 결정합니다. 나는 앉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나는 퇴근을 하고있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이곳 버스에도 앉지 못한 사람들이 뒤섞여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그 사람은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구두를 신을 수 있는 사람은 서있을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규칙을 정하기로 합니다. 구두를 신은 사람에게 양보할 자리는 없다. 나는 그렇게 안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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