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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나는 만 원을 사기 당했습니다 + (업데이트 19.08.12)

by manydifferent 2019. 5. 24.

2019년 5월 15일부터 21일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2019.06.11 추가 작성. 아래 참조)

                                                                 (2019.07.14 추가 작성. 아래 참조)

나는 절판된 다이소 당근 인형을 사려고 했다.

좌측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나라에 구매 희망 글을 올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고나라에 구매 희망 글을 올리면 안 된다. 사기꾼들이 쉽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15일. 글을 게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 희망자의 메세지를 받았고, 거래 약속을 한 후 판매 대금과 배송비를 입금했다.판매자는 배송 예정일까지는 연락이 잘 됐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일이 생겨 배송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메세지 이후로 나는 판매자와 연락할 수 없었다. (이후 사기 피의자 혹은 피의자로 지칭)

 

 내가 피해 본 금액은 10,000원이었다.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난 이후로도 문자와 전화 등 연락을 시도했다. 나는 그 날밤 증거물을 정리해 프린트했다. 나는 내일 아침 경찰서를 갈 것이며, 함께 보낸 계좌로 금액을 돌려보내라는 내용과 함께 사진을 첨부했다.

 

 난 사실 경찰서에 가기 싫었다. 집에서 멀다. 그래서 그냥 돈 보내면 없는 셈 치려고 했다. 하지만 피의자는 답이 없었다. 나는 화가 났다.

 

 피해 사실이 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호소하지 않으면 피해 사실은 없는 것이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끔찍한 일이다. 많은 사기꾼들이 중고나라 등을 통해 소액 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5만원 이하의 소액은 피해자가 신고하기를 꺼리는 것을 이용한다는 거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서 범죄는 엄연히 범죄다. 나는 5월 21일 아침 일찍 경찰서에 갔다.

 

경찰서는 좋은 곳이다

 

 

 참고사항: 사이버수사대로 접수할 경우, 14일 가량의 처리 기간을 거쳐 담당자가 배정되면, 경찰서를 방문해야한다고 한다.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바로 경찰서로 갔다. (파출소 안 됨)

 

 

 내가 가져간 것

1. 신분증

2. 계좌이체내역 (은행 직인이 포함된 것이어야 함. 참고용은 법적 효력이 없다)

3. 문자 내역

4. 중고나라 게시글 캡처. (게시자가 나였으므로, 필요 없던 것 같기도 함)

 

방문 후 절차는

 

종합 민원실 방문 - 진정서 작성 및 접수 - 전산 처리된 진정서를 돌려받은 후, 해당 부서 방문(사이버수사팀) - 담당 경찰관 안내에 따라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증거물과 함께 제출.

 

진정서는 이렇게 쓴다

 

--

 

난 경찰서에서 나와, 다시 사기 피의자에게 전화를 했다. 물론 받지 않았다. 난 그쯤에서, 피의자가 내 연락처를 차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경찰서 사진과 진정서, 증거물을 함께 찍어 보냈다.

 

 피해 금액이 적지만, 의외로 하루종일 신경이 쓰였고 기분이 나빴다. 돈을 돌려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랬다. 하지만 경찰서에 찾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그 길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음료와 케익을 먹고, 그날 몫의 공부를 했다.  나는 기분 좋게 공부를 마쳤다.

 

홍차와 초코케익

 

 나는 법률 정보를 줄 수 없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는 많지만, 법률에 근거한 이야기가 아니면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담당 경찰관에게 질문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야기하겠다.

 

 나는 진정서를 작성한 이후에 피의자가 금액을 돌려줄 경우의 범죄 성립의 여부와 내가 밟을 다른 절차가 있는 지 궁금했다. 경찰관은 이것이 형사 사건이므로 진정 사실이 전산처리가 된 후에는 돈을 돌려주던 돌려주지 않던 절차가 그대로 진행이 된다고 했다.  

 

피의자에게서는 다음 날이 되어서 연락이 왔다. 피의자는 문자를 보냈는데, 내가 아닌 내가 핸드폰을 빌린 사람에게 했다. 난 내 핸드폰으로 다시 연락을 했다. 받지 않았다. 난 내 번호를 차단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진정서 한 장이면 망가진 핸드폰도 고칠 수 있다

 

피의자가 먼저 배송을 하겠다고 한 점, 선뜻 환불 의사를 밝힌 점, 망가진 휴대폰 사진까지 보내며 일관적으로 사과를 한 점.

난 이 세 가지 때문에, 문자를 받고 나서도 한참 내가 정말 오해한 것은 아닌가 했다. 하지만 내 번호로 보낸 문자는 결국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곧 생각을 바꿨다. 이것은 추측하건데, 사기를 친 피해자가 여럿이라서 차단한 번호 중 어떤 것이 내 번호인지 알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사기 피의자는 착불로 빈 박스를 보낸 후 운송장으로 날 안심시킬 수도 있었고, 환불 의사를 밝힌 후 지금처럼 잠적할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전히 내 연락처에는 답장을 하지 않는 피의자를 정상 참작해줄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피의자는 요구한 상품 사진을 보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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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등지를 이용한 인터넷 거래는 범죄에 취약하다. 안전거래가 존재하긴 하지만 사이트는 게시판만 제공할 뿐 거래에 관여하지도, 발생한 범죄에 책임을 갖지도 않는다. 

 

그게 어떤 것이든 범죄가 일어나기 쉽고, 그것에 실질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최대한 피하는 것이 낫다.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어가 신중을 기하지 말자.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다. 그리고 피해 사실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호소하자. 적극적으로 문제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는 취약한 틈을 파고들어 얌체같은 짓거리를 해대는 뻔뻔한 인간들이 역겹다.

 

세상에는 예의를 지키고 살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후자의 인간들 또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의 기분을 잡쳐놓을 거다.

 

2019.05.24 오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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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래 내용은 2019.06.11에 작성되었습니다

 

 

내가 진정서를 제출한 날짜는 5월 21일이다. 며칠 되지 않아 경찰에서 우편이 왔다. 우편을 받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데,

통지서에 찍힌 날짜는 5월 23일이었다. 접수한지 2일만에 관할 경찰서로 이송된 것이다.

 

피의자 본인 명의 통장이라면 수월할 것이다

 

경찰서에서 안내 받은 것처럼, 계좌 개설지를 찾아 이송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2019년 6월 4일. 이송된 해당 지역의 지역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내용은 피의자가 사기 금액을 변제할 의사가 있는데 받을 거냐는 거였다.

 

나는 금액을 돌려받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으므로 물어봤다. 형사 사건 처리 과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는 거였다. (실제로 담당 경찰관은 벌금 100만원 나올 것이면 50만원 나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일단 나는 제대로 된 사과가 듣고 싶었고, 그 동안 혹여나 무고한 사람을 의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있었으므로, 다시 연락을 하고싶었다. 그리고 일단 피의자도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후로 당일 연락이 올까 싶어 몇 시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문자 보냈다.

 

왜 끝까지 거짓말을 하십니까

 

 

사과는 계속 하는데, 내용이 이상했다. 의도도 없었고 인형도 있는데 나한테 사과는 왜 하며, 처벌은 왜 받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따져 물으려다가, 위 사진처럼 메세지를 보내고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오지않는 연락을 기다리는걸 그만두기로 하고,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그러자 곧 답장이 왔다.

 

 

난 제대로된 사과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어서 짧게 물어봤고, 바로 계좌 번호를 보냈다.

 

 

그렇다. 돈도 돌려받았다.

 

5월 15일 피의자와 첫 연락을 하고 돈을 입금했으며,

 

5월 21일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5월 23일 해당 관할 경찰서로 이송되었고,

 

6월 4일 해당 관할 경찰서에서 피의자를 조사하고 내게 연락을 줬다.

 

6월 5일 피의자와 연락을 통해 피해 금액을 변제받았다.

 

그러니까 피해 날짜로부터 약 21일, 진정서 접수로부터 약 15일이 걸렸다.

 

계좌가 본인 명의일 경우 찾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그리고 형사 처벌과 피해금 변제, 합의는 무관하다고 한다. 형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금 변제를 요청하는 절차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내용이므로 쓰지 않겠다. 필요한 내용일 경우 꼭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으로 중고나라 사기 피해 후기를 마친다.

 

2019.06.11 오후 11:28

 

 

 

2019년 7월 14일 담당 지역 경찰서에서 사건이 송치 예정이라는 문자가 왔다.

 

송치
송치(送致)는 보낸다는 뜻으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와 서류를 다른 기관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관이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송치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직수가 있는데 검찰 자체에서 직접 사건을 받는 것을 말한다.

(출처:위키백과)

 

문자 이외에 따로 통보 받은 내용은 없었다. (19.08.12 추가. 추후에 우편으로 송치 사실이 통지되었다.)

 

  사건 송치까지는 피해 날짜로부터 약 60일, 진정서 접수로부터 약 54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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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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