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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버스와 구두와 보수

by manydifferent 2019. 9. 26.





버스와 구두와 보수


출근길 버스입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자리를 얻지 못하고 서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차가 흔들립니다. 버스의 모두가 흔들립니다. 서있는 누군가는 앉아있는 누군가보다 큰 폭으로 흔들립니다. 그들의 경직된 다리는 대나무살처럼 뻣뻣하게 휘어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그 사람은 노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장애인, 혹은 그냥 좀 힘들어보이는 사람, 어쩌면 너무 건강해서 날 업어줘도 문제없을 것 같은 건장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양보 교육을 잘 받은 탓일까요?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그 사람이 신경쓰입니다. 마치 내가 서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 다리가 활처럼 휘면, 내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나는 결정합니다. 나는 앉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나는 퇴근을 하고있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이곳 버스에도 앉지 못한 사람들이 뒤섞여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그 사람은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구두를 신을 수 있는 사람은 서있을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규칙을 정하기로 합니다. 구두를 신은 사람에게 양보할 자리는 없다. 나는 그렇게 안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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