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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20180820 나의 음울함에 대해서

by manydifferent 2019. 2. 12.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교통사고에 대한 경험을 이런 방식으로 기억하진 않을 거다.

나는 나의 경험들을 더 자세히 기록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아니라 가능한 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내 얘기가 영화에 등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만이 오른다
보다 눈에 띄고, 설명할 수 있는 것들.
사람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해야할 지도,
어디에 마침점을 찍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끝을 원하는 것이 나약한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건 충분히 나에게 힘든 일이며
물살이 거세서가 아니라 내 발에 쥐가 나서,
내가 헤엄을 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발에 쥐가 나서,
그 누구나 조롱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죄없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나는 다시 시작을 생각한다
시작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은 한순간의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자주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을 용의 선상에 올린다

나는 내 감정을 이루는 기관들을 뼈와 근육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러지기도 끊어지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무르고 늘어지기도 한다

멋대로 장면들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용의자들은 내 뼈와 근육에 매달린다
끊어지지 않을만큼만 매달리고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두드린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장면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
가만히 있는 편을 고른다.

장면의 밖에서 나는 소리 지르고 싶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고를 수 있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다
너는 잘못이 없다
나는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지만
아직 확신이 없다
어쩌면 나는 선택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장면 밖으로 뻗쳐 내 머리채를 쥔다

나는 생각을 멈춘다
식사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다
나는 약이 없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한다
커피나 설탕, 담배나 술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마음이 없고 마음을 먹는 몸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뭘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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