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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시계

Girard Perregaux gyromatic vintage 1960s (지라드 페르고 빈티지)

by manydifferent 2020. 10. 23.

1791년부터 시계를 만들고있는 회사인 지라드 페르고의 시계이다

시계에 관한 많은 특허를 보유한 높은 기술력의 하이엔드 시계 회사이지만, 쿼츠 파동 이후로 쿼츠 시계 생산에 몰두하게되어 이미지가 많이 기울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낮다. 거래되는 매물도 아주 적은 편이다.

Gyromatic 은 gyrotron 이라고 부르는 리버싱휠이 사용된 양방향 로터 탑재 무브먼트를 부르는 말이다.

1957년에 개발된 이 기술로 자이로매틱 시계는 리버싱 휠 하나당 7개의 보석을 넣어 마찰과 부식을 줄였다.

줄어든 마찰만큼 고효율의 자동 감기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고, 보석을 이용한 내부식성 덕분에 오래 착용, 관리하는데에도 유리하게 되었다.

당시 생산된 시계들이 효율을 충분히 내지못해 양방향 로터를 이용한 경우도 드물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앞선 기술력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라드 페르고의 전성기는 1960년대를 이후로 쿼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조금씩 저문다.

쿼츠 무브먼트를 초저가로 공급하는 시장에서는 저가 정책으로도, 고급화 정책으로도 쉽게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당시 쿼츠 시계를 주력으로 생산하지 않고 묵묵히 '부정확하고, 사치스러운' 기계식 시계를 잘 만들어낸 회사들이 살아남은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혹자는 많은 시계 매니아들이 이런 지라드 페르고의 행보를 안타까워한다고 하지만, 사실 지라드 페르고의 시계를 가진 사람들만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 같다. 이때문에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시계의 역사, 기술력, 디자인처럼 시계 자체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들보다도 시계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가격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시계를 좋아한다면서 명품을 사모으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40개가 넘는 시계 특허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시계라도, 회사가 브랜드 가치 관리에 실패한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대부분 좋은 회사의 시계가 만듦새도 뛰어나고, 훌륭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좋은 회사는 마케팅을 잘한 회사이다.

시계의 가치 따위는 많은 경우 브랜드 놀음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인덱스가 다양하다. 특히 12시에 이빨처럼 튀어나온 두 개의 인덱스가 인상적이다.

시침과 분침은 12시의 인덱스와 닮아있는데, 길이가 조화롭다.

둥근 인덱스와 촘촘하게 시간을 나타내는 프린팅들이 우주를 연상시킨다.

Small second 혹은 sub second 로 불리는 초침의 형태이다.

서브 세컨드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게되었다.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인 것 같다.

유리는 돔모양의 운모 유리가 사용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리이다.

용두에는 Girard Perregaux의 약자인 GP가 양각되어있다.

혹자는 자이로매틱의 자동감기 효율이 뛰어나서 용두의 로고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사실일지는 모르겠다.

무브먼트를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1960년도에 생산된 시계일 가능성이 높다.

가죽줄은 구할 당시에 끼워져있던 것인데, 특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운 좋게 구한 좋은 시계.

Photo by vongole

2020.09.17 오전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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