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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나의 역사적인 순간

by manydifferent 2019. 2. 5.

떠오르는 내 삶의 역사적 순간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그 날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예를들면 직장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내가 감내할 만큼의 위력만 행사하여 나를 알아서 기게 만들었고,
집 안에서는 언제나처럼 내가 칼을 들고 자해하지는 않을 정도의 문제만을 일으켰다.

나는 매일같이 해오던 방식으로 적당한 양의 화를 낸 뒤 가라 앉지 않는 마음을 간직한 채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희망 없는 내일이 오길 바라며.

나의 역사적인 순간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나는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해오던 것과는 다르게 눈을 부릅 뜨고 방문을 열었다.

내가 무언가를 깨달아서 그랬을까? 그건 모르겠다.
별안간 나는 그 날 귀중한 사실을 알았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힘든 일이란, 그런 일이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사람이 미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미쳐버렸을 때야 비로소 그정도로 힘든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식중독이란 식중독 균이 있는 음식이 있어서 사람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해야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 대단한 깨달음을 깨달았다는 사실 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로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방문을 열어서 문제를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잠을 못 자는데 잘 자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난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

어쨋든 나의 역사적인 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방문을 열고 나 대신 달콤한 잠을 청하는 그들의 밤을 망쳐놓았다. 나는 그날 평소보다는 잠을 잘 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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