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왔다. 그리고 여전히 오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0층에서 손을 내놓기 어려운 창문을 열어 핸드폰을 내밀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어떤 사진은 사진에 담긴 장면보다도 사진을 찍는 나의 장면이 선명하게 담긴다.
나는 가끔씩 묘한 경험을 한다. 예를들면 내가 기억하는 어떤 이야기 속의 나와, 타인이 기억하는 이야기 속의 내가 만나는 순간 같은 것 말이다.
부끄러운 사연으로 밖을 하염없이 걷던 나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았던 어떤 사람도 있었고, 오로지 낯선 타인으로만 있었(다고 기억하)던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친밀하고 익숙한 존재로 기억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나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언제나 타인과 분리된 외로운 자아지만, 어떤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사교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것은 언제나 낯선 일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그 경계선을 따라 걷기도 한다. 그곳은 혼자 걸으면 어설픈 착각과 추측, 혹은 희망이나 기대지만 타인과 함께 걸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나는 내 삶의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타인을 마주하는 것은 맞물린 이야기의 만남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나의 이야기가 타인들의 이야기의 그늘에서 형체없이 유지되는 그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p.m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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