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4일 일요일
날씨: 따뜻해졌다. 외투없이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교차는 크다.
나는 개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개는 D가 아팠던 9년 전 A가 데려왔다. 개를 대하는 A를 보면 A가 주변을 어떻게 대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방식으로. 상호 작용은 없다. 나는 그것이 싫다.
개에게는 산책이 필요하고, 적당한 관심과 간식, 그리고 이런 시간들을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는 이 개를 집 안에 가두어놓고만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개는 사람이 아니므로, (심지어 나는 사람들의 내면 또한 헤아리기 어려워하므로) 개의 감정을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의 행동은 관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행동에서는 매 순간 불안과 무력함이 비친다. 나는 항상 어떤 경계에 서 있다. 팔을 걷어붙이고 개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최선을 다해 외면할 것인지.
양쪽 모두를 노력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때로는 개의 불안을 바라보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날 갉아먹게 둘 필요는 없다. A와 D 사이에 있는 나를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개를 매일 산책 시키고, 시간을 함께해본 경험이 있다. 개의 불안이 줄어들길 바랐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나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혹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여전히 의문은 남아 내 목을 죄고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혹은 내가 해야만하는 것인데 외면하는 것인가. 그것은 죄인가.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나는 무언가를 후회하게 되거나 비난 받게 될 것인가. 나를 향한 비난의 돌덩이를 내가 던지게 되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미안하지만 착한척은 그만 둬야한다. 이 지리멸렬한 교착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네가 만들지 않은 매듭에 목을 매달지 말아라.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묶지 않은 매듭을 풀고 있으면, 중요한 고리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다른 어떤 고리에서 파생된 무엇인 경우를 자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 매듭의 시작을 내가 지켜본 것도, 내가 묶기 시작한 것도 아니므로, 내가 그것을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일들은 내 마음이 내키지도 않는다. 그런 매듭들을 삶 곳곳에 두고 고민을 하다보면, 그냥 이 매듭을 뒤집어 쓰고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나를 찬찬히 둘러본다. 나는 자유로운가? 나는 자유로운 상태를 이렇게 생각한다. 이 개가 존재하는 공간을 떠날 수도 있어야한다. 그렇지만 떠나지 않고 머무르거나, 정말 떠나버릴 때 나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개를 떠날 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워할 수도 없다. 이따금 보이는 개의 행동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개는 사람이 아니다. 개의 고통은 나의 어떤 착각이거나 내 마음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다른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는 사람의 개인데 이사를 가면서 죽였다고 했다. 그 개는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데려왔다고 했다. 그 책임을 떠안은 사람은 아마 숨이 막혔을 것이다. 혹자는 비난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오물을 뒤집어 쓰고 고리를 끊어낸 그 사람이 인간적이라고 느꼈다. 그 개만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이 고리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무책임한 행동을 벌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심지어 그들은 그것들을 자각하지 못한다. 개를 죽이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드러나는 고리들은 무수히 많아진다. 이미 방 어딘가에 수없이 많은 개들이 도사리고 있을 거다. 개를 데려오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고통 속에 있다.
AM.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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