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일 일요일
날씨: 안 나가봐서 모르겠다.
급체 했을 때. 혹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 고열로 꿈과 현실을 바로 구분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을 때. 내 시각이 몸을 벗어난 무언가를 악몽처럼만 비추고 있을 때.
나는 시간이 그저 흘러가길 빌고 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던지 하는 느낌. 하늘로 붕 오르려다가 맥없이 추락할 때,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그 높이가 어찌나 아찔하고 아프게 느껴지는지. 내 살이 닿는 부분은 속절없이 현실이다.
머릿 속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나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변명을 하느라 온 힘을 쏟고 있다. 고작이라고 내놓은 답에는 내가 답을 하게 될테니 이것은 그냥 추하기 짝이 없는 나의 독백으로 남을 것이다.
어떤 하루에는 나는 술을 마셨고, 내가 추락해야할 높이가 까마득히 커보이게 되었다. 나는 이제 그것이 무서워 술은 마시지 못한다. 이것이 때로는 축복으로 느껴진다.
어떤 하루에는 멋대로 재생되는 어떤 말들을 애써 틀어막고, 떨어질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한숨으로 긴장을 낮추려 애쓰며 그냥 있었다.그 하루에는 나는 가만히 누워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딱 구토를 억누르고 들숨과 날숨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 같았다.
한 가지 나은 것이 있다면, 누워 잠을 자면 지금 이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나는 밤에는 잠을 자야하므로 하루를 부러 바쁘게 보내고, 담배를 피우며, 영화를 봐야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어떻게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내 유일한 욕망이다.
밝아오거나, 울리는 무언가에 나는 천천히 무뎌지길 바란다. 나는 구원받지 못한 채로 이렇게 무뎌지길 정말로 바란다.
2019.03.03 11:3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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