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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3월 9일 멍게와 나

by manydifferent 2019. 3. 10.

2019년 3월 9일 토요일


날씨: 잘 모르겠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뇌가 발달했다는 추측이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그 예시로 멍게는 유생일 때 뇌를 가지고 있다가, 바위에 정착해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면 뇌를 소화시킨단다. 나는 뭘 이것저것 하려다가도, 일단 침대에 누우면 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흔히 한다. 그리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생각이 명료해지는 경험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얼마큼 과학적 검증을 거친 이야기인 줄은 모르겠으나 꽤 신뢰하고 있다.


  누워서 특별히 별 거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을 때면 멍게가 되어 뇌를 먹어치우는 상상을 한다. (물론 멍게가 뇌를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는 건 아니다.)


 그렇게 뇌를 먹어치우면 차라리 잡생각은 없을텐데 요즘은 잡생각이 자꾸 든다. 아마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심심해서 법륜스님 영상을 봤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재밌었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바둑을 두지 못하지만 바둑을 두는 기분이 이런걸까 싶다. 질문을 거듭하면(번뇌가 아닌) 명료해지는 것들이 꽤 많다. 큰 흐름의 답은 찾을 수 없지만 큰 흐름을 만드는 작은 것들에 대해서는 답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마치 수읽기를 하듯이 어떤 돌을 두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기보를 많이 볼 수록 유리해지는 면이 있다. 나는 때로 삶이 무엇인가 고민하거나 죽고 싶거나 어떤 무언가를 없애버리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해결하지 못한(혹은 해결하기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를 눈치채기는 꽤 어려운 일이지만, 경험을 쌓듯이 기보를 보다보면 어떤 발단을 찾기가 수월해진다.


 그래서 한결 편한 마음이 들다가도, 놓을 수 있는 돌의 가짓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더 고민해보아야겠다. AM: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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