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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글쓰기

술 마신 사람은 없는데 있는 술병은 집을 만든다

by manydifferent 2019. 1. 29.

술병이 집 안에는 없다

술 마신 사람은 집에 있어도 술병은

집에 없다 술

마신 사람은 집에 있어도 술병은 없다

그러니까 술 마신 사람이

술병으로 보인다 술이 담긴 술병으로

보인다 사람 대신에 술병이 보인다 집 안에는

사람이 아니라 술병이 술 마신 사람은 집에 없고

이제는 술병이 있다 술병이 걷는다 술병이

술이 안 담긴척 하면서 걷고 술병이 도대체

어떻게 술이 안 담긴 술병이 있냐 세상에 이제는

술병이 거짓말을 한다 이건 다 술 때문이다 술병이

거짓말을 하는 건 술 때문이고 술병이 술병이 되는

것도 술 때문이다 술이 없었으면 이건 그냥 병이었

을텐데 술병이 아니라 그냥 병


그래서 이건 그냥 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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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술병이 줄어들고 술병을 채우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이제 이 세상에는 담배만큼이나 술을 생각하는 사람이 줄었다.

아니 줄었다고 믿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믿음은 믿음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믿고 있는 사람이 생겨나면

믿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한다. 나는 믿는 사람들을 찾아다녀야겠다.

무언가를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무언가를 나랑 같이

술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내 삶을 내 밤을, 나를 재워줄 무언가가 필요하고

내 인생에서 술병을 몰아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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