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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4월 16일 화요일 나를 깨워준 여호와의 증인

by manydifferent 2019. 4. 16.

한 주 내내 초저녁에 잠을 자는 바람에 결국 새벽까지 깨있고 말았다.

꼬인 생체 시계를 맞추기 위해 오후 1시가 넘어 깬 날 자정이 조금 넘어 잠을 청했다. 알람을 아침 7시에 맞췄다. 당연히 7시에 못 일어났다.

한 시간마다 깨서 다시 잤다.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생생한 꿈에 짓눌려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아침 11시를 항해 달려가는 시간. 누군가 집 현관문을 두드렸고 개가 짖기 시작했다.



아마 어제 주문한 책이리라. 바쁜 택배 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가신 거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르로 나갔다. 문을 열었는데 택배가 없었다.


계단참에 나에게로 허겁지겁 내려오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종교 전단을 건넸다. 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냈다. 왜 문을 두드리시냐고.


내가 방문 포교를 싫어하는 사람이기는 하다. 모두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그 중에 좀 뻔뻔한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 뻔뻔함이란, 상대가 만만해보일 때만 무리하게 들이대는 걸 말한다. 만만한 상대를 찾는 사람의 얼굴에는 약간의 거만함이 섞여있다. 그 전략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싫다는 말이다.


어쨋든, 나는 성질을 냈으니 그걸 참작하고 싶었는지 종교 전단을 받았다.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와 허공에 남은 분을 풀었다. 아니 왜 음침하게 문을 두드려? 그냥 벨 누르면 될 것을. 그럼 알아서 안 열었을텐데.


그리고 잠이 좀 깨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쨋든 난 오늘 최대한 일찍 일어나고 싶었고, 그 사람은 날 깨워줬으니까. 만약 벨을 눌렀으면 그 소리에 화가 더 났을 거고, 개는 더 크게 짖었을 거다. 그리고 조금 우스웠다.


왜 음침하게 문을 두드리냐, 그냥 벨을 누르면 될 것을! 이라고 생각했던 게 웃겼다. 나는 아마 화를 낼 때도 합리적인 척이 하고 싶나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화는 났을텐데 말이다. 화를 제대로 내기는 참 어렵다.


참고로 적자면, 그 할아버지는 특별히 무례하지는 않았다.


2019.04.16 오후 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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