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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4월 26일 하루를 세는 나

by manydifferent 2019. 4. 26.

나는 그의 말을 기억한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하고, 그 말이 왈칵 쏟아져나오는 입을 기억하고, 쏟아진 말을 쥐려 흔들리듯 뻗는 팔을 기억한다


구역질을 하고도 가슴에 미처 나오지 못한 말이 있는지 그 사람은 팔을 몸 가까이 끌어안고 우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장면들을 기억하면서 그가 하려던 말이 죽여달라는 이야기였는지, 여기 있는 것이 죽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꺼내달라는 이야기였는지 생각했다




그는 걸음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단 한번도 필요 이상으로 부축을 받는 법이 없었다. 또 그는 나를 보면 눈물도 나오지 않는 눈으로 몇 번씩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여전히 강인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나는 그러니까 그 말들은 어쩌면 죽여달라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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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를 세고 있다. 요즘 부쩍 하루를 세는 일이 많아진다. 내 방에는 침대에서 눈을 뜨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베이스 기타가 있다. 나는 그 기타를 치던 나를 떠올리고, 두꺼운 네 개의 줄을 손으로 누르는 상상을 한다


나는 그 느낌들을 생각하고 나의 마음을 살피는데, 몸이 피곤한 날에는 그것들은 그저 귀찮은 일들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러면 다시 눈을 감고 하루를 센다. 다시 잠에 들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꿈을 꾼다. 나는 그 와중에 내가 정말로 몸을 일으킬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저 그대로 누워있는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 있다. 눈을 뜨면 죽여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나를 보고있다.



2019.04.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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