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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5월 8일 개와 나2

by manydifferent 2019. 5. 8.

 개는 사람의 눈을 본다. 우리 집 개가 그렇다. 개를 사람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않더라도 개가 나의 눈치를 얼마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눈을 보는 방식이라니 그것은 언제나 놀랍다.

 

 개의 배변 장소는 화장실 안에 펼쳐놓은 배변 패드 위다. 배변패드가 더럽거나, 불안한 상태가 되면 개는 패드가 아닌 곳에 배변을 한다. 그곳은 기껏해야 화장실 문 앞이나, 인접한 부엌 입구가 된다. 나는 그것들을 치우면서 늘 놀라고 있다. 왜 내 방 베개 위가 아니라 화장실 문 앞일까?

 

 내가 알지 못할 뿐 개에게도 어떤 행동 양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습성은 무리 관찰의 결과다. 무리 짓지도 않은 개를 심지어 관찰조차 하지 않는 나는 그것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나에게 개는 어떤 무의미와 불규칙의 집합이다.

 

 그래서 나는 개를 미워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 개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한다. 내 방에 오줌을 싸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물건을 물어뜯어 놓아도, 그것은 단지 나를 향한 어떤 의도도 없는 무언가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많은 것이 기적으로 느껴진다. 개의 무의미한 행동들이 우연히 내 목을 조르지는 않으며, 개가 가끔은 눈을 마주치고 내 동태를 살핀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같은 의미로 미워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나의 치사한 마음이 아니라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 아주 많다.

 

 2019.05.08 p.m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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