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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5월 6일 악플러가 된 나

by manydifferent 2019. 5. 6.

 오늘 있던 이야기는 아니다. 그 날 나는 여느 때처럼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었다. 난 주로 유즈맵을 한다. 별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기 좋기 때문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내 안의 호전성이나 추잡함, 유치함 같은 온갖 것들을 함부로 내놓는다. 난 이게 즐겁다. 그리고 이것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이것들에 그 누구도 상처 받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욕을 하고, 기꺼이 욕을 먹는다. 때로 유치한 농담을 하고, 유치한 농담에 웃는다. 디시인사이드를 오래 해보진 않았지만, 디시인사이드의 일부 호전적인 갤러리 같다고 생각하면 좋을까? 예를 뭐라고 들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방이 있어서 들어갔다. 1등을 하면 뭘 준다는 제목이었다. 방이 꽉 찼는데 방장이 시작을 안 했다. 시작하자고 했는데 방의 그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살펴보니 아프리카 bj가 개설한 방이었다. 다들 방송을 보고 있었고, 방장인 bj가 방송을 통해서 진행을 하고 있던 거였다.

 

 곧 게임이 시작 됐고, 나는 게임을 했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아프리카 방송도 틀어봤다. bj는 아프리카 퀵뷰를 나눠주며 방송을 홍보하고 있었다. 퀵뷰는 유료이므로, 방송의 인지도를 쌓기 위해 홍보 비용을 지불하는 것 같았다. 방송 내용은 본인이 1등에게 퀵뷰를 나눠줄 것이며, 해당 방송의 추천과 즐겨찾기를 부탁한다는 이야기였다. 특별히 게임 화면을 중개하지 않았으며, bj의 캠 영상이 함께 있었다.

 

 나는 당시 별 생각이 없었고, 마치 평소 게임을 하듯 채팅을 했다. 왜 아무 것도 안하면서 재미 없는 방송에 추천하고 즐겨찾기 해달라는 이야기만 하느냐고. 채팅을 본 bj는 당황하며 불쾌해했다. 방송을 보고있던 20명 정도 되는 시청자도 반응이 같았다. 그럴 거면 나가지 왜 보고 있느냐고 했다. 그 때 떠오른 생각은 '내가 틀린 이야기를 했나? 욕할 만하니까 했지' 였다. 나는 bj가 하는 말들을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했다고 뭐 이렇게 궁시렁대느냐 라고 하고 시청 중인 방송과 게임에서 나왔다.

 

 1. 욕할 만하니까 했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악플러들의 변명이다.

 

 2. 나는 당시에 정말 욕할만하니까 했다고 생각했다.

 

 3. 방송인이 불쾌해하는 것이 나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내가 꼽은 생각할만한 부분들이다. 

 

 

 나는 결코 선량하지 않다. 굳이 말하면 추잡하다.

무지를 무엇으로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폭력성은 드러내는 것은 무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무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선량하다고 믿고 있을 때에는 심지어 어떤 폭력이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번.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굳이 찾아가서 욕을 할 이유는 없다. 말을 할 때에 그것이 언제나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폭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침묵해라. 불필요하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2번. 나는 이미 악플러들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을 해왔음에도 당시에는 내가 욕을 할만해서 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내가 앞으로도 늘 염두해 두고 살아야하는 부분이다. 나는 선량하지 않으며 그 무엇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3번. 나는 어디까지나 내 이야기로 상처 받지 않는 누군가에게 욕하는 것이 즐거웠던 거다. 이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이다. 내가 상처를 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었으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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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쩍 내가 폭력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 나는 언제나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다. 

 

 

 2019.05.06 p.m.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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