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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4월 18일 기뻐서 쓰는 어제의 일기

by manydifferent 2019. 4. 18.

2018년 4월부터 나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틀이 잡힌 것은 7월 정도인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 실력은 원래 아주 없었다. 공부하기기 싫어서 학교 다니는 내내도 쭉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영어 실력이 상식 내지는 기본 소양으로 취급 받는 동안 나는 늘 허영을 유지하기 위해 아는 척을 하는 대신 모르는 내색을 하지 않고 살았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언제 얼마큼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차라리 타인의 욕망일지언정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욕망은 기를 써서 충족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난 꽤 학벌주의자이면서 속물이므로, 고졸로 남아 자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수많은 생각들을 해왔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스스로는 정직해야할 것 아닌가? 나는 나의 영어 실력에 대한 열망도 그런 나의 속물적인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나의 기쁜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영어 공부 초창기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봤었다. 내가 시도한 여러 공부법 중 하나인데, 매일 꾸역꾸역 들리지도 않는 대사를 집중하며 들었다. 내가 배운 지식은 '모르는 것은 절대로 안 들린다' 였다. 값진 지식이었다.


어떤 계기로 그 때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볼 일이 있었다. 근데 대사가 거의 다 들리는 거였다. 나는 충격을 받았고, 그 신선한 충격 속에서 아주 즐겁게 봤다.


그리고 당연지사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 말하고 나니 내가 예전에도 대사가 들리더라고 착각했던 일이 생각 났다. 모른다는 것은, 정말 모른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 들리는 게 맞았다. 내가 예측한 정확도는 70%였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정확히 받아쓸 수 있는 정도가 기준이었다. 그리고 결과물이 거의 일치했다.


대부분의 대사를 다 받아적을 수 있었으며, 생소한 단어와 표현이 포함된 문장은 약간 불완전했다. 나는 너무 기뻤다. 그래서 전부터 목표로 삼았던 자막 만들기를 시도했다.


10분이 약간 넘는 분량의 애니메이션 자막을 만드는 데에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대사 적는 것보다 자막 싱크 맞추는 데 드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다들 드라마 영화 자막은 어떻게 만드나? 어쨋든 정말 즐겁고 값진 시간이었다.


2019.4.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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