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시였냐 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다 라고 대답한다.
너무 그렇고, 정말 그래서, 묻는 네가 모자란거다, 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 하루라도 안 쓰곤 못살았는데, 더는 쓰지를 않는다.
목구녕에 걸리는 말이 없고 눈알에 박히는 그림이 없다.
목에는 많은게 걸려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이제는 우울감이 없다.
나는 내가 담배를 끊어서, 술을 끊어서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A와 D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많은 것이 나아졌다. 지금 나에게는 가벼운 불안만 있다. 우울감이 없다. 우울감이 없다는 마음은 내게 낯설다. 내가 꽤 오랜 시간을 우울감과 함께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우울감이 없지만 내가 당시에 쓴 글은 언제나 그 마음들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 다만 나에게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은 늘 낯설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2019.05.27 a.m.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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