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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9년 5월 24일 구체적인 행복

by manydifferent 2019. 5. 24.

 

나는 행복의 기준에 대해서, 내가 왜 불행했는지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몇 번있다.

https://manydifferent.tistory.com/69?category=1034896

 

2019년 3월 18일 열등한 나

2019년 3월 18일 월요일 날씨: 일교차가 조금씩 줄어든다. 어떤 계절의 꼴을 갖추는 느낌이 든다. 서론 나는 열등해. 그 앞을 꼭 채우는 말이 있다. 나는 이만큼 했지만, 이정도는 누구나 다 해. 그래서 나는 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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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 중 이것의 후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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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나는 턱걸이를 못한다. 친업이든 풀업이든 하나도 못한다. 윗몸 일으키기도 못한다. 몸에 그만한 근력이 없다. 팔굽혀 펴기는 다섯 개정도 한다.

 

한 때는 턱걸이를 1개 성공하기 위해 대단히 노력을 해본 적이 있다. 결국 친업 두 개까지 성공했었다. 이 때는 내가 팔굽혀 펴기도 함께 연습하던 시기였는데, 팔굽혀 펴기는 0개에서 시작해서 최고 30개까지 했었다.

 

하고싶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서 성과를 내거나, 혹은 그 자체로 즐거운 무언가를 할 때. 그 순간이 기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나는 행복의 기준이 그 순간들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나의 감정. 그런 기억들. 하지만 그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1장 나는 여전히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 놓고 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두 명의 남자가 왔다. 키가 작은 편이었고, 머리가 컸다. 인물이 좋지 않았다. 나는 함부로 그렇게 생각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시간을 재주며 윗몸 일으키기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한 번씩 서로 윗몸일으키기를 열심히 한 후, 몇 가지 운동을 하고선 사라졌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과 나를 비교했다. 첫 번째로 나는, 내가 그들보다 외모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분이 조금 좋았다. (이게 도대체 뭐냐?) 하지만 그들은 못생긴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나 역시도 그냥 평범하기 때문에, 나는 곧 '남들이 보기에는 나도 비슷해 보일 것이다' 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다시 안 좋아졌다. (이건 또 무슨 생각이냐?)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턱걸이를 했다. 세 개정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보다 대단했다. 나는 우울해졌다. 그 사람이 나보다 체력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 내가 그들과 비교를 하며 기쁨을 느끼려고 했던 생각, 내가 결국 우월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 온갖 생각들이 가볍게 떠오르며 나를 괴롭혔다. (대단히 우울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장 이것은 습관같은 거다. 새로운 방식을 연습해야한다.

 

나는 내가 일종의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내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슨 기준인지 정의하기도 어려운 해괴한 기준으로 남들을 판단하고, 내가 우위에 섰을 때만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나는 왜 그러고 있을까? 내가 자라면서 너무 많은 순간들을 그런 가치에 지배된 채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아닌 가치로 행복할 줄 몰랐다. 이제는 조금씩 아는데도, 이런 일들은 여전히 흔하게 일어난다.

 

나는 행복의 기준을 내 위에 둘 수 있다. 턱걸이를 세 개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며 우울해 하거나, 한 개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고 즐거워하기 보다, 그저 나를 기준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순간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들. 내가 남보다 뛰어나서, 뛰어날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은 붕괴하기 쉽다.

 

3장 나는 그러니까, 내가 팔굽혀 펴기를 연습하던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았다. 당시에 나는, 남들 다 할 수 있는 팔굽혀 펴기를 못해서 연습을 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고작 내 몸을 들지 못하는 것이 맘에 안들어서 운동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매일 틈날 때마다 연습을 했다.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12시가 넘은 시간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팔굽혀 펴기를 했다. 팔이 아픈 것이 너무 즐거웠고 운동을 할 때와 하고 난 후의 감각들이 너무 좋았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길 바라서 운동을 했다면? 나는 한 순간도 행복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을 내가 남보다 뛰어나길 바라면서 살았다. 그렇다. 나는 여태까지 대체로 행복하지 않았다.

 

 

4장 마무리

 

세상에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개인의 행복은 없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의 기준 위에서 온전히 누려야 한다. 내가 남보다 우월할 때 행복하다면, 그것은 너무 불안정한 것이다. 내 삶의 구체적인 순간들을 기억하자.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웃게하고. 마치 세상 어딘가에 내가 착 달라붙어있는 듯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순간들. 돌이켜봐도 행복한 순간들. 그 순간들을 나의 행복의 기준으로 하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합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9.05.24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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