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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8년 3월 7일 현명한 생각을 하는 나

by manydifferent 2019. 1. 27.

 2018.03.07

날씨: 봄의 시작. 실내에선 조금 더운 느낌이 난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하지만 긴 패딩을 입기엔 부담스럽다. 그래도 밤엔 추워. 다음 주 정도면 봄이 될 것 같다.

 

똑똑한 삶에 대한 기록

꼰대 같지 않음으로 기록하고 싶진 않다.

 

현명하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는 건가. 삶의 깊이 혹은 지식의 깊이. 지혜로 이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는 것은 썩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말놀음으로 번지기 쉽다. 현학의 장난감이 된다.

현명함에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경험이다. 경험이란 실제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적용 능력이다. 자기가 느낀 것들을 어디서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 식상한 말이지만 경험만 가득하면 꼰대가 되기 쉽다. 물론 경험이 많지 않아도 적용 능력이 바닥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적용 능력은 비판 능력이 전제된다. 비판 없는 적용은 능동적인 의미의 ‘적용함’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이뤄지는 답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하기 그 자체가 현명한 판단을 위한 초석이 되어주지 않는다.

현명한 판단이 무엇 이길래? 현명한 판단은 타인에 대한 이해, 사물에 대한 이해, 사건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 맥락 전체를 꼼꼼히 파악하고, 비판하고,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는 것. 이 과정에 끝에서 사람은 마치 자신이 겪은 것 같은 생생한 감각을 얻게 된다.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이 상황의 맥락으로 판단할 것인가 또한 적용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에 마치 벽이 있는 듯, 혹은 상대가 눈이 멀어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것이다. 가령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어떤 일을 판단할 때, 사건 전에 일어난 상황과 그 이후, 사건에 참여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기억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경험과 적용 능력이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은 사실 비례관계여야 하는 것이 맞다. 이 비례관계는 경험의 주체가 끊임없는 자기 경험에 대한 비판과 적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거울아 너는 계속 그렇게 깨끗해줘 너는.

거울은 나를 비추고 있다. 거울 속에 턱 아래가 녹아 허물어진 살덩이가 있을 지라도 거울은 여전히 날 비추고 있다. 거울은 내 눈을 응시한다.

 

am: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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