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와 글쓰기/일기

2018년 3월 9일 그들을 혐오하는 나

by manydifferent 2019. 1. 27.

2018.03.09 금요일

날씨: 묘하게 덥고 습하다. 상쾌하지가 않다.

PM: 09:47

 

불우한 가정환경, 트라우마, 결핍. 나는 나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두면 안 되나요?

 

그렇게 말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방에 좀 들어가 있어달라고?

아니잖아. 피곤해보여서 그렇게 얘기한 거겠지.

 

나는 이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들은 어쩔 수 없었던 인간들이 아니라 무력감에 마음을 괴어놓은 자폐아들이다.

환경이 나를 좌우할지라도 언제까지나 나는 자폐아가 되어선 안 된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있다.

그들은 소파 아래

마음을 괴어놓았을 것

 

그들은 보란 듯이

누군가가 보란 듯이

무언가를 보진 못하고

보란 듯이

 

허우적대는 음성

직선으로 뻗은 다리

뱉어 놓은 가래

그들은 보란 듯이

 

들으라는 듯이 한다.

 

아무 것도 기억할 줄 모르고

수치심도, 생각도, 잠도 없다

 

잠이 없던 지는 오래 되었는데

초췌한 몰골의 사람과는 잠을 함께 하고 싶지 않겠지

흉하게 말라 달라붙은 살이 누구 탓인지는 모르고

 

때로는 교과서같다

개새끼 씨발놈 씨발년 할 때,

가르쳐놓은 것만 같다

 

눈이 침침할 때에

뭣 모르고 해골 물을 마셨는데

눈을 멀게 하는 성분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럼 죽을 때까지

시원한 해골 물을 마시고 살았을 테니까

 

지금에 와서야

고작 해골에 고인 물 따위가 극약 같다니

농담 같다

 

결국에도 배운 대로만 한다.

생각은 아무것도 않고 배운 대로만 한다 다들

그나마 배운 게 많아서 다행이라고 해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