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금요일
날씨: 묘하게 덥고 습하다. 상쾌하지가 않다.
PM: 09:47
불우한 가정환경, 트라우마, 결핍. 나는 나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두면 안 되나요?
그렇게 말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방에 좀 들어가 있어달라고?
아니잖아. 피곤해보여서 그렇게 얘기한 거겠지.
나는 이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들은 어쩔 수 없었던 인간들이 아니라 무력감에 마음을 괴어놓은 자폐아들이다.
환경이 나를 좌우할지라도 언제까지나 나는 자폐아가 되어선 안 된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있다.
그들은 소파 아래
마음을 괴어놓았을 것
그들은 보란 듯이
누군가가 보란 듯이
무언가를 보진 못하고
보란 듯이
허우적대는 음성
직선으로 뻗은 다리
뱉어 놓은 가래
그들은 보란 듯이
들으라는 듯이 한다.
아무 것도 기억할 줄 모르고
수치심도, 생각도, 잠도 없다
잠이 없던 지는 오래 되었는데
초췌한 몰골의 사람과는 잠을 함께 하고 싶지 않겠지
흉하게 말라 달라붙은 살이 누구 탓인지는 모르고
때로는 교과서같다
개새끼 씨발놈 씨발년 할 때,
가르쳐놓은 것만 같다
눈이 침침할 때에
뭣 모르고 해골 물을 마셨는데
눈을 멀게 하는 성분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럼 죽을 때까지
시원한 해골 물을 마시고 살았을 테니까
지금에 와서야
고작 해골에 고인 물 따위가 극약 같다니
농담 같다
결국에도 배운 대로만 한다.
생각은 아무것도 않고 배운 대로만 한다 다들
그나마 배운 게 많아서 다행이라고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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