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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8년 3월 13일 혐오하고 그 사이에 갇힌 나를 보는 나

by manydifferent 2019. 1. 27.

2018. 03.13

날씨: 봄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낮은 덥다. 의문도 든다. 이상적인 봄의 이미지가 있던 것은 아닌지. 봄은 청명하고 푸르다 하니, 청명하고 푸르지 않은 것을 봄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닌지. 아무래도 봄인 것 같다.

 

죽지는 않는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아직 죽지는 않는다. 마음은 죽을 만큼이어도 그건 죽음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일 년 주기로 실수를 반복한다.

그 사람을,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술에 취해 저지른 수치의 기억처럼 뿌옇게 나타나는 이미지들이 있다. 불쾌한 색채의 필터가 덧입혀진 이미지들은 만취한 사내의 무기력한 밤처럼 더럽게만 보인다. 그들은 언제나 누워있다. 역겨운 숨소리를 따라 오르내리는 몸통의 형상이 끝없이 꾸물거리는 벌레 같다. 내 개인적인 기억이면서 나의 개인적인 일은 아닌 것들. 밀려온다. 그것은 외로움일 때도 있고 분노일 때도 있다. 모두 이름만 바꾸어 놓은 고통이다. 모두 나의 슬픔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 조각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달과 술잔이 입을 맞추며 시작한다. 술을 마시는 일이 마냥 좋은 것이라고 여기던 때. 마냥이라는 말에 담뱃불을 지져놓고 싶다.

두 번째 조각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체처럼 늘어진 사람들을 웃으며 옮겨놓던 일. 나는 웃고 있었다. 세상이 때로 힘없이 늘어져있는 것을 즐긴다. 장난 같은 일이었다. 나 역시 늘어져 빙 도는 천장을 바라보는 일을 장난으로 여겼다.

세 번째 조각. 그들 주위를 시끄럽게 도는 개들. 모든 게 즐거운 일.

나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의외라고 느꼈던 것이 있다. 집 안이 정신병동인 것처럼, 자폐증 환자들이 침을 튀기며 싸우던 일들이 대부분 기억나질 않는 다는 것이다. 시작점은 물론 쉼표조차도 찾을 수가 없다. 정말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은 말이다.

 

이해해보려고 한 것. 당신들을 환자로 보지 않은 것. 당신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인 것. 혹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진 않았는지 밤을 새워 고민한 것. 머리를 온통 헤집어 놓는 모든 소리들에 넋을 놓지 않은 것. 나의 그런 노력들. 그리고 내가 외면한 나의 고통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의 잘못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정말로 나는 알고 있다. 그것들은 나의 잘못과는 무관하다.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 공간에서, 그들과의 시간에서.

정말로 내가 온전히 주제였던 적이 있었나.

내 삶에서 내가 마음껏 주제인 시간이 있었나. 이것은 이제 푸념 같은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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