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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20년 2월 10일 내가 왜 그랬지?

by manydifferent 2020. 2. 10.

 

 내가 왜 그랬지? 하고 의문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니까, 지나고보니 앞뒤가 맞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을 내가 저질렀다는 이야기다.

 그 의문은 수렁과도 같아서, 내 온 신경들을 질퍽이는 흙속에 파묻고 발버둥치게 한다. 그 발버둥이란 요컨대 '변명' 이다.

나는 교활한 인간이다. 내가 무언가 터무니없는 잘못을 했다는 느낌을 해치우기 위해 끌어오지 말아야할 근거들을 가져온다. 나는 엄밀하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을 들먹이며 '그럴 만했다' 라던지, 나아가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그럴 것이다' 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스스로가 무결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변호인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불쾌감과 불안함. 이것이 내가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변명은 결국 이런 감정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일테다. 그래서 나는 안락함을 얻기 위해 내 잘못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유리하게 끼워맞추고, 거짓말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나는 무결하지 않다. 나는 그저 거짓으로 달콤한 안락을 꿈꾸는 파렴치한일 뿐이다.

 나는 소원한다. 나로 인한 일들에 대해서, 터무니 없는 나의 잘못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기를. 추잡한 변론을 하는 대신, 그냥 내가 추잡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냥 그렇게 아무런 변명도 없이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는 용기나 행운이나 지혜 같은 것이, 우연히도 나에게 있기를.

 

 

2020.02.10 p.m.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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