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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시계

빈티지 오메가 드빌 쿼츠

by manydifferent 2020. 6. 24.

직경 32mm

러그 18mm

Cal.1365 쿼츠 무브먼트

초침 없음

처음 빈티지 시계에 빠졌을 때, 무턱대고 예지동 시계 골목에 찾아가 구입한 시계이다

당시 오메가에 꽂혀있었다. 그런데 오메가는 빈티지여도 꽤 고가이다.

안 그래도 고가인데,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오메가 빈티지는 거기에 마진이나 근거 없는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팔리니, 감히 사기가 어려웠다.

돈 없고 배고픈 아이가 음식점 유리창 너머를 훑어보듯이, 나는 시계 골목의 쇼윈도우를 하나 하나 눈으로 탐했다.

마침 오메가나 롤렉스 등 고가의 빈티지를 취급하는 시계 가게들을 찾았다.

당연히 돈도 없고, 뜨내기로 보였을 것이라 그곳 상인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두어번 같은 자리를 돌며 시계들을 보고 있을 때 즈음, 어떤 명품 빈티지를 취급하는 상인 분이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사지 않을 것 자꾸 그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보지마요. 그럼 헷갈려.'

이 가게 주인이 그렇게 말한 것 아님

당시 나는 태엽을 직접 돌려 사용하는, 수동 시계에 관심이 있어서, 밥 주는 시계 (수동시계를 부르는 이름) 가 있느냐고 묻고 다니던 차였다.

그런데 그 상인 분의 이야기에 맥도 빠지고, 의기 소침해지려던 찰나..

예지동 시계골목 해시계

이 가게의 아저씨 분이 저 멀리서

'밥 주는 시계 여기 있어요~'

하고 나를 불러 세웠다.

그렇게해서 만나게된 것이 바로 이 시계이다.

여기에는 빈티지 시계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 나의 허영과 정성, 성취감 같은 것들이 한데 모여있다.

사실 나는 이 날 이후로 이 시계를 예쁘게 차는 것이 힘들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불쑥 사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계는 가치란 무엇인가. 멋은? 아름다움은? 하는 것들을 많이 고민하게 해준 시계이다.

그리고 이 시계를 산 날, 이 시계는 그 무엇보다 예쁘고 멋져보였다.

가치와 멋이란 이런 과정들이 녹아들어,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아름다움이란 결국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의 역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싶은 것을 찾지만 이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은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그 집요한 시선과 노력 속에서만 빛난다.

(이 시계는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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