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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일기

2017년 11월 16일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

by manydifferent 2019. 1. 27.

 2017.11.16 목요일 AM.12.31

날씨 바람이 없었더라면 나다니기에도 괜찮은 날씨였을 것. 오늘부터 영하.

 

e북 리더기를 빌렸다. 그게 신기하고 편리해서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한 줄을 읽더라도, 이렇게 읽게 된 것을 좋게 생각한다. 기쁜 일이 몇 가지 있다. 다른 하나는 내 마음에 관한 것. 피로한 몸에 관한 것. 그리고 일기를 쓰고 있음.

피로는 조금 풀렸다. 담배를 피우긴 하지만 술을 줄였고 얼마간 휴식한 덕에 몸은 좀 피로에서 벗어났다. 정신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건 몸의 일부이므로 좋은 상태이다. 마음에 관한 것은,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좋게 하고 있다. 그 자체로 기쁘다. 쓸 수 있는 언젠가가 곧 다가올 것 같다.

윤이형의 개인적 기억을 읽고 있다. 소재가 빤한 듯 하면서도 빤하지 않고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너무나 공감이 된다. 신기하다. 난 왜 이렇게 빤하지 않음에 집착하는가? 우습다. 이게 우스운 일처럼 느껴져도, 한참은 더 우스워야지 싶다.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까? 윤이형의 '개인적인‘ 무언가를 다루는 것이 나는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가까운 것 같기 때문이다. 자전적인 것에 충실하는 것. 나도 타인을 이해하고, 큰 목소리, 사회적인 무언가를 말하는 것에 서투르고,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 그런 자격도 없는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게 죄악처럼 느껴진 적도 있으나 단독성 없이는 보편성도 없다. 온전한 내가 아니고서야 보편적인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내가 써보고 싶은 이야기들은, 단독적인 나의 이야기이다. 단독적인 나의 이야기를 어떤 인물을 빌려서, 어떤 사건을 빌려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그 인물은 왜 그랬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지? 아 그 인물은 이런 사람이었지.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질문에는 결국 내가 답해야한다. 찾아보자.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하나를. 그런 마음을 품은 인물 하나를. 그 인물을 둘러싼 사건 하나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당연한듯 딸려오는 어떤 ‘개인적 기억’들로 채워 넣어 보자. 사건에 너무 집착해왔다. 뻔하지 않음에 집착했듯이. 그래 이제 네가 말하고 싶은 마음은 뭐야?

 

AM.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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