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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제들128

유리되지 않은. 형식을 갖춘. (장기하와 얼굴들-거절할 거야) [Official Audio]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 거절할 거야 [mono] 일곡일담 by 장기하 0. 프롤로그 : 모노 전곡을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믹스했다. 60년대 이후로 대중음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비틀즈 1집의 오리지널 모노 엘피를 구해 듣고 충격 받았던 적이 있다. 소리들이 좌우로 펼쳐지지 않고 가운데에 다 몰려 있는데도 모든 악기가 명료하게 들렸고, 뭐랄까, 묘하게 더 집중하게 되는 사운드였다. 그때부터 모노 믹스를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곡들을 다 쓴 후 늘어놓으니 공통된 키워드가 “혼자”였다. 함께가 아닌 혼자...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확신이 들었다. 이번 음반은 모노여야 해! 제목도 모노! 믹스.. 2019. 6. 15.
상쾌환씨의 상쾌하지 않은 방식 술을 마시고도 상쾌하길 바란다. 과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면, 개인의 최선은 효모의 힘으로 위장을 보호하는 것인가? 어떤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과가 있다. 대증적인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무엇이 술을 많이 마시게 하는가. 2019. 6. 15.
봄밤 - 김수영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 때 강물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 2019. 6. 6.
말한다 어렵게 한다 어렵지 않게 한다 모르면 모르겠다고 말한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좋으면 좋다고 한다 모르면 모르는 줄도 모르는 그 크고 흉물스럽게 벌어진 틈에서 모른다고 말한다 정말 모른다고 말한다 모르는 줄도 모르는 그 지저분한 틈 속에서 2019. 6. 4.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게 나는 아이를 키울 기회도 계획도 없지만 불쑥 이것만은 알려주고싶다던지 하는 것이 있다 아마 내 삶에서 모자란 부분이거나 좀 더 이른 시기에 훈련되었으면 좋았을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건 내 욕망이다 그건 책을 나누어서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거다. 방법은 나도 잘 모른다. 화분을 기르는 법도 가르치고 싶다. 천천히 무언가를 하는 방법. 조바심 내지 않는 법. 조바심이 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조바심을 내봐야 세상일이 네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게 정말로 사실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도 화분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이제보니 가르치고 싶은게 아니라 경험시키고 싶은 거였다. 패러다임을 바꾸자. 세상에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건 없다 그건 존나 착각이다. 뭐든 다 스스로 경험하는 거다. 다만 경험.. 2019. 6. 4.
내 꿈은 복권을 찢는 것이다 생각보다 잘 안 된다. 찢으려는 순간 체감 당첨 확률이 급상승한다. 사실 귀찮아서 잘 사지는 않는다.. 2019. 6. 4.
아무도 읽지 않는 글과 아무도 봐주지 않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가치가 없는가 쓸 필요가 없는가 나는 그 이야기가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가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답은 모르겠고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2019. 6. 4.
덕질과 인생 난 덕질을 해본 적이 없다. 늘 그저 얕게 이것 저것을 아는 편이다. 나는 그게 늘 아쉽다. 덕질을 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 같다. 인생은 터무니 없이 길고, 대부분 외롭고, 또 비어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그저 응시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일도 아니지. 그것들은 그냥 있는 것들이다. 그런 시간들을 응시할 틈 없이,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밤새 읽고 싶은 책이 있고,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고, 작가가 있고, 가수가 있다면. 무언가를 조립하고 만드는 것에 빠져든다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러다가 너무 늦지 않게. 어느 순간 죽을 수 있다면. 까맣게 잊고 있던 시간이 나 몰래 찾아올 때까지, 무언가.. 2019. 5. 25.
사랑의 발명 - 이영광 사랑의 발명 이영광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창비, 2013) 수록 ----------------- 사랑을 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없다. 굳이 꼽으라면 매 순간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방법이지 않을까. 세상에는 심장을 꺼내 쥔 사람들이 있고,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9.05.24 오후 10:09 2019. 5. 24.
스테이크, 굽다 서론 늘 스테이크가 굽고 싶었다. 두꺼운 스테이크. 레어와 미디움이 존재하는 세계. 구워보고 싶었다. 최근 '승우 아빠' 유투브 채널에 관심이 많았다. 스테이크 굽는 법을 잘 알려줬다.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1. 고기 앞뒤로 소금을 뿌린 후 45분간 냉장고에 재운다. 2. 기름 3Ts 를 팬에 넣고 연기가 날 때까지 강불로 가열. (온도계가 없기 때문) 3. 연기가 나면 기름 1Ts 을 추가로 넣고 (기름 온도를 낮추기 위해) 중불내지 중강불 정도로 줄인다. 4. 고기를 올리고 한 면당 30초씩 뒤집어가며 총 4분을 굽는다. 5. 불을 끄고 팬에 버터와 허브를 올린 후, 1~2분 정도 고기 위에 끼얹어준다. 6. 접시에 올린 후, 온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기를 잘라준다. 출처:http.. 2019. 5. 24.
사람을 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마호가니 킹-브래드씨 이야기) [MV] 마호가니 킹 (Mahogany King) - 브래드씨 이야기 (Hello, Mr. Brad)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 우리는 아주 가끔 슬퍼한다. 정확히는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다. 예술이 온전한 하나의 형식을 보여주는 일이라면, 예술이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독립된 형식들이 나와 연결되는 과정일 거다. 아주 놀랍게도, 나는 네가 아닌데 나는 네가 슬플 때 슬퍼한다. 이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것이 정말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에 내가 느끼는 것이 너의 슬픔이 아니라 내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결국 나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고통을 줄 수는 없다. 우리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내가.. 2019. 5. 19.
네 눈에서 나는 늘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네가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네 눈과 행동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생각했다 너의 불안에 대해서 너의 불안과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무언가에 대해서 나는 네가 기쁘다고 생각했다 네 눈과 행동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너무 뚜렷하고 확실한 것이라서 나는 생각했다 너의 기쁨에 대해서 의심의 시간 없이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것을 생각하지 않아서는 되지 않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은 너의 대한 나의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를 안다고 생각했다는 생각이다 어느 날 네 눈빛이 여느 때와 다르지 않는데 내가 기쁨을 느끼거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머릿 속에서 생각을 했고 내 .. 2019. 5. 18.
대화 개꿀팁 공개 누군가와 이야기하다보면 상대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때 만약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진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생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단어의 정의를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싸움으로 번지기 좋으니, 대화 중인 주제의 핵심 키워드를 함께 정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2019. 5. 6.
이모 -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이모 요즘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 많다. 여태까지 나는 주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데에 힘을 쏟았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아닌 것들을 밀어내고 나면, 내 공간은 아주 텅 비어버린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 때의 나의 공간은 못견디도록 황량하여, 체면치레를 해야하는 어른만 아니라면, 그만 엄마를 찾으며 울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공간이 정말 황량한 이유는, 그 곳에는 엄마라는 것도 없고, 나의 울음을 목격할 누군가도, 짐승처럼 신음하는 내 목소리가 메아리칠 벽도 없다는 데에 있다. 그 텅 빈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노라면, 나는 권여선의 '이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의 세계에는 섬뜩하리만치 무의미한 사건들과 소외가 있다. .. 2019. 4. 2.
계획에 대한 단상 오늘 저녁을 먹었다. 뭘 요리할 건지 생각도 안하고 대충 재료를 볶고 삶고 지지다가 쓰레기를 만들었다. 재료를 날로 씹어먹는 것이 훨씬 즐거웠을 것 같았다. 나는 계획 혐오자였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혐오할 이유가 없었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미워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나는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으면서 계획을 싫어했으니, 그냥 망나니였던 거다. (계획을 안 세우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들 계획적으로 살으라고 하니 무턱대고 계획을 싫어했던 것 같다.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요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그럼 적어도 오늘 저녁에 속이 안 좋아지는 일은 없었을 거다. 내가 잘못 생각.. 2019. 4. 1.
누군가의 여름, 사랑에 빠지는 계절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새로운 여름) "2012년, 저는 제가 '여름'이 되면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때의 '여름'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나에 대한 이해. 이를 표현하는 수단 속에 어떤 리듬이 있다면, 그 이해는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수단은 음악이다. 좋은 노래라면, 노래를 들었을 때 타인의 모습이 보여야한다. 하나의 노래가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오는 철저한 타인의 모습. 이 속에서 나를 찾는다면 그것은 보편성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는 한 명의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노래들이 많다. 그것들은 그림자는 뚜렷한데 존재감이 흐릿하다거나, 팔다리가 있어야할 자리에 머리가 있는 식이다. 보통은 그 머리마저도 넘의 머리다. 노래만 그런가? 영화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2019. 3. 30.
사랑 노래와 사랑 노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소란(SORAN) -'Perfect day' '좋은 음악은 결국 알아본다' 소란의 배짱이다. 그들의 배짱처럼 좋은 음악이 결국 날 알아봐주러 왔다. 반갑다. 음악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곳에서 설레는 사랑 노래를 판매할 좌판은 마련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소란의 음악은 포화한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기어코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시장에서 판매를 위해 내놓는 물건은 대상이 되는 고객의 일반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20대 여자가 좋아하는 음악, 20대 남자가 좋아하는 음악 따위를 구상하는 거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개개인의 단독적인 경험보다는 '연애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진부하게 느껴졌고, 거부감.. 2019. 3. 23.
관자 버터구이는 좋은 친구였어 때는 2019년 3월 21일. 나는 다시 해묵은 난관에 봉착하였다. 서론 저녁에 요리를 해먹고 싶은 날이면 나는 수산물 코너 앞에서 늘 발을 떼지 못했다. 포장된 회와 생물 대하, 피꼬막, 구이용 연어. 나는 어떤 것을 메인의 자리에 앉혀야 하는지 고심하는 통에, 바구니에 어떤 식재료도 담지 못한 채 동네 마트의 오래된 혼령처럼 그저 있었다. 그곳에는 관자가 있다. 내장을 손질하지 않은 피조개 관자. 나는 그 중 가장 모험적인 식재료를 골랐다.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죽음을 택하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1장 준비하다 메인 식재료를 고르고 나면, 장보기는 쉬운 일이 된다. 나는 버터와 마늘, 브로콜리를 샀다. 관자 버터구이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근데 왜 관자 버터구이라고 할까? 스팸 김치볶음.. 2019. 3. 23.
신도림과 스트립쇼 (일탈-자우림) 오늘 처음으로 신도림역에 와봤다. 나는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들었고, 줄곧 품던 의문이 해결됐다. 왜 하필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 신도림역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난 와본적도 없는데 누군가가 어떤 공간을 매일 이렇게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사람들에 치이다가, 역 어딘가에 조금 트인 공간(환승을 위한 사람들의 개미 행렬 밖의) 에 섰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스트립쇼를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자 가사가 모두 이해됐다. 어떻게 할 일이 쌓였는데 훌쩍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 보기 하루 전에 삭발을 해봤자, 상대는 내가 원래 장발이었는지 민머리였는지 알 턱이 없다. 애인이 아닌 사람의 눈.. 2019. 3. 16.
느낌에 대해서 접시에 담긴 가장 친숙한 나의 식재료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욱 낯선 이방인이 되는 것을 상상하라 가볍게 피어오르는 불꽃의 시작처럼 나는 그것을 목격한 줄도 모르는 채 깜짝 놀랄 것이지만 대부분의 노래들은 어쩌다 듣는 것이고 노래를 끌 힘이 없어서 사랑하게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유일하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정지 버튼 뿐이다 다시 버튼이 튀어오르는 그 짧은 순간 손끝에 가닿는 모서리의 감각 그것은 안도인가 절망인가? 2019. 3. 8.
비극과 기적 우리는 어떤 존재로 태어나서 다른 존재의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 시작점에서 수 많은 비극들은 예정되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실제하는 비극과 비극의 가능성들을 전제로 한다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 기적으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이 기적은 꿈결 같은 것이 아니다. 모래에 식물을 심고 끝없는 정성을 쏟을 때, 기적은 이를 조롱하는 누군가의 비웃음 속에 있다. 2019. 3. 5.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책 감상) 리디 셀렉트를 통해 읽게 된 책이다. 나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여 이 책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을 담아두었었다. 그 중 일부는 모두 읽었고, 일부는 읽다 말았으며, 일부는 소개글과 목차 이상은 읽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 중 이 책만이 감상을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삶의 가치는 다양하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실상 그 가치 지속하며 사는 사람을 보진 못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페미니즘 저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주로 투쟁적이거나 고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그 자체로도 굉장히 가치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그 개인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2019. 3. 5.
(Minority report, 2002) 마이너리티 리포트 감상 스릴러의 매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의심없이 서사를 쫒게 만드는 힘에 있다. 상심에 빠져있는 나는 예술 영화보다는 스릴러를 보겠다는 마음이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 같이 광기에 빠져있다. 인물들이 의심에 빠지면 관객도 덩달아 생각을 시작하게 마련이니까. 영화 초반부 범죄 예방 시스템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명백한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남자가 등장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영화 도입부에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과 그녀의 불륜남이 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은 남자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는 채 침대 위에서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가위를 품에 안고 그들이 누워있는 침대 아래에서 흐느껴 운다. 그는 가위를 높이 치켜들고, 피해자로 지목된 여자의 가슴팍을 무섭게 내려찍는다. 그 순.. 2019. 3. 4.
선우정아 16년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분 왜 나 그대로를 직접 전할 수 없는 것일까? 음악은 그게 되는데. 그래서 나는 뮤지션들을 미워 한다. 시기한다. 질투한다. 뮤지션들은 불완전한 중간 매체 없이 자신을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가 있다. 언어는 절대로 그게 안 된다. 절망적이다. -윤이형 이력서 2009.04.01 선우정아의 음악을 들으면 늘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 무대 위의 가수는 관객 앞에 서있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우가 극 안에서 자신으로부터 드러나는 모든 것으로 역할을 표현해내듯이 말이다. 어떤 가사가 입속에서 머물다가 탁, 뺨 어딘가를 일그러뜨리며 터져나올 때, 나는 그 일그러진 부분에 집중한다. 그것은 나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만 같다. 노래의 중반부에 이르렀을.. 2019.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