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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여름, 사랑에 빠지는 계절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새로운 여름) "2012년, 저는 제가 '여름'이 되면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때의 '여름'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나에 대한 이해. 이를 표현하는 수단 속에 어떤 리듬이 있다면, 그 이해는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수단은 음악이다. 좋은 노래라면, 노래를 들었을 때 타인의 모습이 보여야한다. 하나의 노래가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오는 철저한 타인의 모습. 이 속에서 나를 찾는다면 그것은 보편성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는 한 명의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노래들이 많다. 그것들은 그림자는 뚜렷한데 존재감이 흐릿하다거나, 팔다리가 있어야할 자리에 머리가 있는 식이다. 보통은 그 머리마저도 넘의 머리다. 노래만 그런가? 영화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2019. 3. 30.
사랑 노래와 사랑 노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소란(SORAN) -'Perfect day' '좋은 음악은 결국 알아본다' 소란의 배짱이다. 그들의 배짱처럼 좋은 음악이 결국 날 알아봐주러 왔다. 반갑다. 음악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곳에서 설레는 사랑 노래를 판매할 좌판은 마련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소란의 음악은 포화한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기어코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시장에서 판매를 위해 내놓는 물건은 대상이 되는 고객의 일반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20대 여자가 좋아하는 음악, 20대 남자가 좋아하는 음악 따위를 구상하는 거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개개인의 단독적인 경험보다는 '연애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진부하게 느껴졌고, 거부감.. 2019. 3. 23.
관자 버터구이는 좋은 친구였어 때는 2019년 3월 21일. 나는 다시 해묵은 난관에 봉착하였다. 서론 저녁에 요리를 해먹고 싶은 날이면 나는 수산물 코너 앞에서 늘 발을 떼지 못했다. 포장된 회와 생물 대하, 피꼬막, 구이용 연어. 나는 어떤 것을 메인의 자리에 앉혀야 하는지 고심하는 통에, 바구니에 어떤 식재료도 담지 못한 채 동네 마트의 오래된 혼령처럼 그저 있었다. 그곳에는 관자가 있다. 내장을 손질하지 않은 피조개 관자. 나는 그 중 가장 모험적인 식재료를 골랐다.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죽음을 택하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1장 준비하다 메인 식재료를 고르고 나면, 장보기는 쉬운 일이 된다. 나는 버터와 마늘, 브로콜리를 샀다. 관자 버터구이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근데 왜 관자 버터구이라고 할까? 스팸 김치볶음.. 2019. 3. 23.
2019년 3월 20일 자기 위해 일기 쓰는 나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날씨: 비가 왔다. 예보에서 기온이 높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옷을 얇게 입었다. 추웠다. 노래가 다 끝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어나서 침대 밑을 봐. 나는 오늘 집에 오다가 누군가가 쓴 이야기의 단면을 만났다. 연립주택의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는 그곳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창문을 보기 위해 현관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는 아주 어렸다. 그는 끝내 그곳에 돌맹이를 던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는 아이가 되어 돌을 쥐는 상상을 했다. 거의 모든 사각형의 창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이 서있던 자리에 서서 불이 꺼진 집의 창문을 봤다. 그 집의 창문은 밝은 벽면의 벌어진 틈처럼 보였다. 나는 그 캄캄한 곳으로 돌을 던져 넣을 엄두가.. 2019. 3. 20.
2019년 3월 18일 열등한 나 2019년 3월 18일 월요일 날씨: 일교차가 조금씩 줄어든다. 어떤 계절의 꼴을 갖추는 느낌이 든다. 서론 나는 열등해. 그 앞을 꼭 채우는 말이 있다. 나는 이만큼 했지만, 이정도는 누구나 다 해. 그래서 나는 열등해. 대단한게 아니니까. 내 삶은 그다지 대단하지가 않으니까. 이 생각은 학창시절부터 나를 많이 괴롭혔다 그맘때 연애도 해보면서, 나는 내가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 열등한 마음은 좀처럼 내가 구원 받는 꼬라지를 두고 보지 않았다. 상대에게 어떤 구원을 갈구한다면, 그 관계는 곧 병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병들어 죽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1장 실용음악 입시 나는 노래하는게 좋았다. 죽을만큼 노력해도 노래로 돈 벌어먹고 살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 2019. 3. 18.
2019.03.16 나의 인천 여행기 (사람이 없을 때 찍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1월부터 세 달짜리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이 끝난 후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았다. 백이면 백, 여행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심지어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1월의 나는 의욕적이었다. 얼마간의 돈이 모일 예정이었으므로,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도 가보지 못할 곳은 없었다. 유력한 후보로 오른 여행지가 몇 군데 있었다. 3월 중에 여행 계획서를 진지하게 써볼 생각이었다. 모든 일정을 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윤곽을 잡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3월의 절반을 넘어갔을 때, 내 의욕은 이르게 피운 모닥불처럼 다 타버려 미지근하게 식어있었다.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치에 대해 .. 2019. 3. 17.
신도림과 스트립쇼 (일탈-자우림) 오늘 처음으로 신도림역에 와봤다. 나는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들었고, 줄곧 품던 의문이 해결됐다. 왜 하필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 신도림역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난 와본적도 없는데 누군가가 어떤 공간을 매일 이렇게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사람들에 치이다가, 역 어딘가에 조금 트인 공간(환승을 위한 사람들의 개미 행렬 밖의) 에 섰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스트립쇼를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자 가사가 모두 이해됐다. 어떻게 할 일이 쌓였는데 훌쩍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 보기 하루 전에 삭발을 해봤자, 상대는 내가 원래 장발이었는지 민머리였는지 알 턱이 없다. 애인이 아닌 사람의 눈.. 2019. 3. 16.
마포대교와 마포대교를 걸어 지나는 사람들 고등학생 때, 갑자기 마포대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습시간에 마음이 답답하면 자살명소 같은 말들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던 시기였다. 그 때 나는 자살하고싶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해대었지만 그건 사실 막연한 농담이었다. 그저 너무 멀고 터무니 없어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했던 말이었던 거다. 나에게는 이따금 좋은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저지르기에는 무력했으므로 어떤 구멍에 완전히 빠지지 않은 채로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당시에 마포대교를 찾아갔다. 나는 마포대교가 (가보지도 않은)남산타워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떤 역에서 나와 그저 걸었고 직접 본 마포대교는 그냥 다리였다. 그리고 다리에서는 '자살 명소' 스러운 것들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어떤 문구나 사진. 높고 매끄럽.. 2019. 3. 16.
2019년 3월 9일 멍게와 나 2019년 3월 9일 토요일 날씨: 잘 모르겠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뇌가 발달했다는 추측이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그 예시로 멍게는 유생일 때 뇌를 가지고 있다가, 바위에 정착해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면 뇌를 소화시킨단다. 나는 뭘 이것저것 하려다가도, 일단 침대에 누우면 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흔히 한다. 그리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생각이 명료해지는 경험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얼마큼 과학적 검증을 거친 이야기인 줄은 모르겠으나 꽤 신뢰하고 있다. 누워서 특별히 별 거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을 때면 멍게가 되어 뇌를 먹어치우는 상상을 한다. (물론 멍게가 뇌를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는 건 아니다.) 그렇게 뇌를 먹어치우면 차라리 잡생각은.. 2019. 3. 10.
2019년 3월 8일 코끼리와 나 버스 티비에서 가벼운 오락을 목적으로 흥미로운 영상들을 보여준다 코끼리와 아저씨가 피아노를 함께 치는 영상이 있었는데 내 기억에는 코끼리가 빠른 박자에 맞춰서 고개를 절도있게 흔드는 장면이 있었다. 오늘 다시 보니까 그런 장면 없더라. 아마 꿈 꿨나봄 내 기억 중 진짜는 어디까지인가 2019. 3. 8.
느낌에 대해서 접시에 담긴 가장 친숙한 나의 식재료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욱 낯선 이방인이 되는 것을 상상하라 가볍게 피어오르는 불꽃의 시작처럼 나는 그것을 목격한 줄도 모르는 채 깜짝 놀랄 것이지만 대부분의 노래들은 어쩌다 듣는 것이고 노래를 끌 힘이 없어서 사랑하게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유일하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정지 버튼 뿐이다 다시 버튼이 튀어오르는 그 짧은 순간 손끝에 가닿는 모서리의 감각 그것은 안도인가 절망인가? 2019. 3. 8.
비극과 기적 우리는 어떤 존재로 태어나서 다른 존재의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 시작점에서 수 많은 비극들은 예정되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실제하는 비극과 비극의 가능성들을 전제로 한다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 기적으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이 기적은 꿈결 같은 것이 아니다. 모래에 식물을 심고 끝없는 정성을 쏟을 때, 기적은 이를 조롱하는 누군가의 비웃음 속에 있다. 2019. 3. 5.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책 감상) 리디 셀렉트를 통해 읽게 된 책이다. 나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여 이 책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을 담아두었었다. 그 중 일부는 모두 읽었고, 일부는 읽다 말았으며, 일부는 소개글과 목차 이상은 읽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 중 이 책만이 감상을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삶의 가치는 다양하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실상 그 가치 지속하며 사는 사람을 보진 못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페미니즘 저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주로 투쟁적이거나 고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그 자체로도 굉장히 가치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그 개인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2019. 3. 5.
(Minority report, 2002) 마이너리티 리포트 감상 스릴러의 매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의심없이 서사를 쫒게 만드는 힘에 있다. 상심에 빠져있는 나는 예술 영화보다는 스릴러를 보겠다는 마음이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 같이 광기에 빠져있다. 인물들이 의심에 빠지면 관객도 덩달아 생각을 시작하게 마련이니까. 영화 초반부 범죄 예방 시스템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명백한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남자가 등장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영화 도입부에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과 그녀의 불륜남이 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은 남자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는 채 침대 위에서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가위를 품에 안고 그들이 누워있는 침대 아래에서 흐느껴 운다. 그는 가위를 높이 치켜들고, 피해자로 지목된 여자의 가슴팍을 무섭게 내려찍는다. 그 순.. 2019. 3. 4.
2019년 3월 3일 어떤 시간과 나 2019년 3월 3일 일요일 날씨: 안 나가봐서 모르겠다. 급체 했을 때. 혹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 고열로 꿈과 현실을 바로 구분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을 때. 내 시각이 몸을 벗어난 무언가를 악몽처럼만 비추고 있을 때. 나는 시간이 그저 흘러가길 빌고 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던지 하는 느낌. 하늘로 붕 오르려다가 맥없이 추락할 때,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그 높이가 어찌나 아찔하고 아프게 느껴지는지. 내 살이 닿는 부분은 속절없이 현실이다. 머릿 속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나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변명을 하느라 온 힘을 쏟고 있다. 고작이라고 내놓은 답에는 내가 답을 하게 될테니 이것은 그냥 추하기 짝이 없는 나의 독백으로 남을 것이다. 어떤 하루에는 나는 술을 마셨고, 내가 추.. 2019. 3. 3.
선우정아 16년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분 왜 나 그대로를 직접 전할 수 없는 것일까? 음악은 그게 되는데. 그래서 나는 뮤지션들을 미워 한다. 시기한다. 질투한다. 뮤지션들은 불완전한 중간 매체 없이 자신을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가 있다. 언어는 절대로 그게 안 된다. 절망적이다. -윤이형 이력서 2009.04.01 선우정아의 음악을 들으면 늘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 무대 위의 가수는 관객 앞에 서있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우가 극 안에서 자신으로부터 드러나는 모든 것으로 역할을 표현해내듯이 말이다. 어떤 가사가 입속에서 머물다가 탁, 뺨 어딘가를 일그러뜨리며 터져나올 때, 나는 그 일그러진 부분에 집중한다. 그것은 나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만 같다. 노래의 중반부에 이르렀을.. 2019. 3. 2.
2019년 2월 24일 개와 나 2019년 2월 24일 일요일날씨: 따뜻해졌다. 외투없이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교차는 크다. 나는 개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개는 D가 아팠던 9년 전 A가 데려왔다. 개를 대하는 A를 보면 A가 주변을 어떻게 대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방식으로. 상호 작용은 없다. 나는 그것이 싫다. 개에게는 산책이 필요하고, 적당한 관심과 간식, 그리고 이런 시간들을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는 이 개를 집 안에 가두어놓고만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개는 사람이 아니므로, (심지어 나는 사람들의 내면 또한 헤아리기 어려워하므로) 개의 감정을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의 행동은 관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행동에서는 매 순간 불안과 무력함이 비친다. 나는 항상 어떤.. 2019. 2. 24.
2019년 2월 19일 등장인물인 나 눈이 많이 왔다. 그리고 여전히 오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0층에서 손을 내놓기 어려운 창문을 열어 핸드폰을 내밀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어떤 사진은 사진에 담긴 장면보다도 사진을 찍는 나의 장면이 선명하게 담긴다. 나는 가끔씩 묘한 경험을 한다. 예를들면 내가 기억하는 어떤 이야기 속의 나와, 타인이 기억하는 이야기 속의 내가 만나는 순간 같은 것 말이다. 부끄러운 사연으로 밖을 하염없이 걷던 나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았던 어떤 사람도 있었고, 오로지 낯선 타인으로만 있었(다고 기억하)던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친밀하고 익숙한 존재로 기억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나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언제나 타인과 분리된 외로운 자아지만, 어떤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사교적이고 이상.. 2019. 2. 19.
2019년 2월 17일 나 그리고 나 입술이 유난히 빨갛다.누군가의 세상은 허무감 위에 세워져있다.쓰레기를 남겨놓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약속도 없이 누군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대단한 우연이 아니라 내가 어딘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 허기가 진다. 아직 주린 배에 얼만큼의 음식이 들어갈지는 모른다.나의 폭력을 주시해야하는 이유는, 내가 폭력적이기 때문도, 나보다 가냘픈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도 아니다.그 이유는 언제까지나 내가 타인의 고통을 느낄 때만 남아있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는 것을 다른 욕망의 재원으로 쓰는 것들을 보라.그들은 심지어 그것으로 성욕도 채운다. 나는 불쾌함을 느낀다. 불쾌의 이유는 없다. 느낌은 그저 판단의 확실한 근거를 내놓을 뿐이다. 2019.02.17 PM.11:49 2019. 2. 17.
2019년 2월 12일 요즘 느끼는 것 알다시피 삶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설명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종종 내 삶을 설명하는 기능이 멈추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내 삶은 죽지 못해 사는 것들로 인해 망가진다. 나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았지만 이렇게 살아있고, 나는 나를 설명하는 기능이 멈추지 않으면 좋겠다. 2019. 2. 12.
about writing The more I try to think over more words what could describe me, My words be more complete.When I try to think over other images what could describe my stories, My stories be literature.but these are trivial. It is the most important thing that I try to write things every single day. 2019. 2. 12.
2018년 9월 14일 경주에서의 기록 나는 요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들면 택시에서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때, 현금을 내지 않아도 눈치를 보지 않을 때 그렇다 누군가에게 거리낌 없이 개기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더는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지 않을 때 그렇다 세상에는 거짓 시가 너무 많다 나는 더 이상 시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내 삶을 잘 살아가는 것과 무관한 이야기는 꼴보기가 싫다 그것들은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가볍게 흥청거린다 나는 더 이상 바보로 살지 않아야겠다 2019. 2. 12.
20180820 나의 음울함에 대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교통사고에 대한 경험을 이런 방식으로 기억하진 않을 거다. 나는 나의 경험들을 더 자세히 기록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아니라 가능한 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내 얘기가 영화에 등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만이 오른다 보다 눈에 띄고, 설명할 수 있는 것들. 사람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해야할 지도, 어디에 마침점을 찍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끝을 원하는 것이 나약한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건 충분히 나에게 힘든 일이며 물살이 거세서가 아니라 .. 2019. 2. 12.
20180106 기록 아침 알람 밤새 유리잔을 휘젓는 소리가 들렸다 약에 취해 자폐아처럼 소주와 오렌지주스를 섞고 있을 네가 떠올라 나는 넌더리가 났다 아침 알람같은 것들에겐 실은 화를 낼 수가 없는 거다 근데 왜 하필 그게 쉬이 섞이지 않는 꿀물이었는지 목을 축일 짐승새끼가 나였는지 눈치 없이 주말 아침에 울어대는 알람에게는 욕을 해도 되었는데 2019.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