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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글쓰기101

2019년 2월 9일 선율이 미끄러지듯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못 견디게 아찔하지만 그것은 끝끝내 그 자체로부터 분리되진 않는다. 매 순간 절벽 아래 위태롭게 자리한 이 부실한 돌기에서 냄새를 맡는다. 어쩌다 투정이라도 부리면 뿌리도 없는 이 돌기는 영영 떨어져 나가 저 아래에서 힘없이 부서질 거다. 나는 이렇게 겁을 먹은 채로 있다. 이 부실한 돌기에서는 누군가가 비명이라고 지른 어떤 소리들이 가끔 농담의 어떤 종류처럼 느껴진다. 땅을 밟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멀미를 듣듯이 나는 위로 대신 나를 건네려고 한다. 그리고 힘없는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생각한다. 전래 없는 권태와 두려움에 대해서 2019. 2. 10.
2019년 2월 7일 고통과 멀어지는 나 짧은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그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놀라운 사실은 끼어있는 틈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생각보다 무너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고통에서 벗어난 내 마음이 찾아갈 수 있는 좋은 자리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없어도 무너지는 것은 없다. 대개 의심스러운 것들은 확실하지 않은 것들이다. 오늘은 새 영화를 봤다. 정말 즐거웠다. 2019. 2. 7.
나의 역사적인 순간 떠오르는 내 삶의 역사적 순간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그 날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예를들면 직장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내가 감내할 만큼의 위력만 행사하여 나를 알아서 기게 만들었고, 집 안에서는 언제나처럼 내가 칼을 들고 자해하지는 않을 정도의 문제만을 일으켰다. 나는 매일같이 해오던 방식으로 적당한 양의 화를 낸 뒤 가라 앉지 않는 마음을 간직한 채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희망 없는 내일이 오길 바라며. 나의 역사적인 순간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나는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해오던 것과는 다르게 눈을 부릅 뜨고 방문을 열었다. 내가 무언가를 깨달아서 그랬을까? 그건 모르겠다. 별안간 나는 그 날 귀중한 사실을 알았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힘든 일이란, .. 2019. 2. 5.
깨진 것들에 대해서 나는 깨진 그릇 조각이 깨진 관계보다 정직하다고 믿는다.왜냐면 그것은 방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가, 밟아서 피가 났을 때 그것이 어떤 그릇이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관계를 깨뜨리기 보다는 그릇을 바닥에 던져서 깨뜨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왜냐면 그릇은 모아서 버리면 되지만 관계는 모이지도 않고 버려지지도 않아서 불쾌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아가 적극적으로 그릇을 바닥에 던져서 깨뜨리는 것이 인류애적이라고 느낀다.왜냐면 비슷한 다른 추상적인 것들이 깨지는 것은 높은 감수성 없이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말하면서 그들에게 실망하기 보다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잘 가다듬은 말과 상대에 대한 무한한 고려로 호소하기 보다는.. 2019. 2. 4.
2019년 2월 4일 나는 B에게 2019.02.04 월요일 B에게 전화가 왔다.나는 받지 않는다. 대신에 나는 이렇게 보낸다. 나는 A와 D가 술을 마셨었다는 사실을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눈치 챘고 나는 그동안 내가 이유 없이 정신이 불안하다고 생각했다.나는 홀린듯이 술을 마셨냐고 물어봤고 마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 A가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며 들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냐고 D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으로 술을 마셨냐고 나는 밥그릇을 바닥에 던져서 깼다.D는 일어나 화를 냈다. 네가 뭘 아냐고 나도 힘들다고 같이 있으면서 이틀 내내 싸웠다고 말했다나는 두 사람이 그런 식으로 지낸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릇을 집어서 또 던졌다.A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사과했다.나는 A에게 화를 냈다. 내가 하루에 당신들이 죽어.. 2019. 2. 4.
이유는 그렇다 그럼에도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느라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아마 이르게 죽지는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2019. 1. 29.
술 마신 사람은 없는데 있는 술병은 집을 만든다 술병이 집 안에는 없다술 마신 사람은 집에 있어도 술병은집에 없다 술마신 사람은 집에 있어도 술병은 없다그러니까 술 마신 사람이술병으로 보인다 술이 담긴 술병으로보인다 사람 대신에 술병이 보인다 집 안에는사람이 아니라 술병이 술 마신 사람은 집에 없고이제는 술병이 있다 술병이 걷는다 술병이술이 안 담긴척 하면서 걷고 술병이 도대체어떻게 술이 안 담긴 술병이 있냐 세상에 이제는술병이 거짓말을 한다 이건 다 술 때문이다 술병이거짓말을 하는 건 술 때문이고 술병이 술병이 되는것도 술 때문이다 술이 없었으면 이건 그냥 병이었을텐데 술병이 아니라 그냥 병 그래서 이건 그냥 병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발전이라고 생각했다.술병이 줄어들고 술병을 채우는 사람들이 줄어들고이제 이 세상에는 담배만큼이나 술을 생각.. 2019. 1. 29.
2019년 01월 29일 밥을 차려먹는 나 2019.01.29 화요일 날씨: 바람이 분다. 조금 춥다. 밥은 되도록 차려서 먹자. 반찬은 덜어서 작은 접시에 담자. 차리는 시간에 비해 먹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좋지 않다. It's the small things that make us feel angry, embarrassed, and frustrated. and It's also the small things that make us feel like we can do anything we want. 어떤 삶이 가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 여태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왔다. 그럼 나를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무엇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소개해온 셈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 가치들을 가지기도, 부정하기도 하면서, 슬기로.. 2019. 1. 29.
2018년 5월 3일 금연하는 치질 환자인 나 2018.05.03AM:07:22날씨: 안 나가봐서 아직 모른다. 하지만 어제 비가 내렸고, 오늘은 여름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선선한 날이 될 것 같다. 세 가지.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한 말들이 있어서 아침 시간을 빌려 적는다. 1. 담배에 관한 것.2. 치질에 관한 것.3. 태도에 관한 것. 담배를 피우면서 생기는 건강적인 문제들. (늦어지는 기상시간과 떨어지는 수면의 질은 우습게 볼 일이 아니며 이것은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같은 저울에 달아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처음에는 이런 문제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금연을 했다. 성공한 적이 없다. 왜냐면, 금연은 애초에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보름 가까이 되었다. 정확한 날짜는 잘 모른다. 많은 사람.. 2019. 1. 27.
2019년 1월 16일 술병을 방바닥에 깨부순 나 2018 01 16 수요일 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진 아침 이렇게까지 하면서 술을 마실 이유는 없다.알콜 중독으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A를 두고 술을 마시러 갔다. 중요한 것은 술에 만취한 상태를 위안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한 주가 넘도록 면회를 가는 동안,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있는 면회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간 병원은 내 하루의 전부였다. 이런 삶이 계속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눈에 보이는 술병을 다 부셔야 할 것이 아니었나? 나는 술을 완전히 끊지 못했었다. A가 4층에 잠깐 올라가 술을 마시고 내려왔다. 내가 눈치 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건 지는 모르겠다. 그냥 두어선 안 된다. 문제를 일으켜야 한다. 내 인생에 문제가 일어난 것 처럼. 그렇게 까지 하면서 할 일이 아니란 것을 눈치.. 2019. 1. 27.
2018년 12월 6일 공부하고 사랑하는 나 2018. 6th. December. Thursday. Generality, particularity and singularity.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단독성에서 보편성을 얻어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나는 영어를 공부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종종 들었다. 하나의 글을 읽고, 하나의 노래를 들어도, 또 다른 노래와 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영어가 들어간 노래를 틀어놓는 것은 고통으로 느껴졌다. 알아듣기 위해서 무던히 집중해야하고, 그래도 결국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크게 의욕을 잃게 되는 순간이 항상 내가 무언가 가능성을 본 다음이었던 것은 단순히 우연은 아니었을 거다. A의 노래를 꼼꼼히 듣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아듣게 된.. 2019. 1. 27.
2018년 11월 23일 불쾌한 삶을 사는 나 내가 최근에 하고 있는 생각은하기 싫은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그리고 거기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때때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술을 마시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어찌되었건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니까 내 삶에서 그런 것은 많지가 않다 낮잠도어느 날 졸음이 몰려오는 데도왠지 자고 싶지가 않아서눈을 부릅뜨는데. 왜? 나는 그래서때때로 여기에 어떤 관성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또 생각하는 것은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누구는 하고 싶은 것은쥐새끼 곳간 드나들듯 하게 된다는데나는 쥐새끼도 아니고 그건 곳간도 아니라서 그런지영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오늘은 유난히 의욕이 없는데나는 숙취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술은 좋지가 않다나를 불쾌하게 만든다 불쾌하게 만드.. 2019. 1. 27.
2018년 6월 26일 결핍을 거부하는 나 2018.06.26 화요일날씨: 한참 열이 오르더니 장마가 시작된다. 기온은 내려가는데 마음은 덥다. 대부분은 말이 아니라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야기가 그렇다.오늘의 문장은 나에 관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두 달이 넘었고 술은 그보다 조금 더 되었다. 매일 나를 놀라게 하는 사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 쉼표와 마침표처럼 따라붙던 것들이 이제는 흐릿하다. 손을 뻗으면 여전히 담배를 잡을 수 있다. 처음으로 담배 끝에 코를 대던 때가 생각난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배운 것과 내가 느끼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내가 보는 것이 숲이 아닐 수도 있다는 현명한 가정인지, 겁먹은 어린애의 습관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 2019. 1. 27.
2018년 5월 8일 술담배와 단식하는 김성태를 생각하는 나 2018.05.08 화요일 날씨: 해상도가 높은 것 같다. 맑고 쾌청하다. 배드민턴이라도 쳐야할 텐데. 술의 풍류와 같이 빠져들었을 때 느끼는 기쁨들이 있다. 이건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술과 담배가 나쁜 이유는, 싫어져도 벗어나기 어렵다는데에 있다. 나는 술과 멀어지면서 하루를 마치는 술의 즐거움 따위의 의미를 잃었다. 그랬음에도 여전히 담배가 주는 여유 따위의 즐거움을 신봉했다. 이것은 신중한 판단을 위해서 더 넓은 범위의 상황들을 고려하고 가정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과 김성태의 단식. 해야 할 것은 혐오가 아니라 판단이다. 네거티브는 그들이 원하는 틀 안에 가두어 생각하도록 만든다. 왜 그렇게 하는지까지 생각해보아야한다. 단식의 의미 먹지 않겠다는 것. 더 이상 살지 않겠다는 것.. 2019. 1. 27.
보름 당신이 입을 뗄 때마다 나는 병실에 누워있는 당신을 떠올린다꼭꼭 씹으세요당신의 심정은 반찬 투정하는 아이의 심정이었을까입에 가득 물고 있는 밥알들이, 찬들이, 삶의 가능성들이, 싸움의 여지들이, 풀리지 못한 오해들이, 답이 없는 숙제들이, 넘어가야 할 무언가가한껏 물러진 채로 식도를 타고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주술적인 것들을모빌처럼 달아놓는다 모빌은 순순히 돌아가지 않아당신 곁에서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오늘은 복도에 보름달이 떴다1인실은 트윈베드키가 낮은 침대에는 더 병약한 환자가 몸져눕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키가 높은 침대에는 보름달이 둥근 모양으로 보일까그건 또 얼마나 예쁠까투정의 말을 삼킨다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마른 침차라리 내가 누울래더 병약하고 덜 병약한 환자들은 .. 2019. 1. 27.
2018년 3월 14일 A의 퇴원을 두려워하는 나 2018.03.14날씨: 기온차가 심하다. 따뜻해졌다고 생각하면 춥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미묘하게 마음을 괴롭히는 날씨가 있다. 어제는 구름이 없어 더위에 가까웠는데, 오늘은 기온이 높은데도 선선하다. 차라리 굉장히 춥거나 더운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마음의 문제다. 이런 날씨에는 옷을 여미어야 할 때도 있고 편히 벗어 두어야할 때도 있다. 나는 이제 의심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다만 의심이라는 것이 심술 난 아이의 눈으로 흥청거리는 것이면 안 된다. 의심하는 것마저도 의심해야한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극적인 것은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는 말이다. 경험보다는 극적인 무언가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눈이 멀고 만다. 어떤 사고들은 우리가 눈이 멀지 않았다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2019. 1. 27.
2018년 3월 13일 혐오하고 그 사이에 갇힌 나를 보는 나 2018. 03.13날씨: 봄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낮은 덥다. 의문도 든다. 이상적인 봄의 이미지가 있던 것은 아닌지. 봄은 청명하고 푸르다 하니, 청명하고 푸르지 않은 것을 봄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닌지. 아무래도 봄인 것 같다. 죽지는 않는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아직 죽지는 않는다. 마음은 죽을 만큼이어도 그건 죽음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일 년 주기로 실수를 반복한다. 그 사람을,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술에 취해 저지른 수치의 기억처럼 뿌옇게 나타나는 이미지들이 있다. 불쾌한 색채의 필터가 덧입혀진 이미지들은 만취한 사내의 무기력한 밤처럼 더럽게만 보인다. 그들은 언제나 누워있다. 역겨운 숨소리를 따라 오르내리는 몸통의 형상이 끝없이 꾸물거리는 벌레 같다. 내 개인적인 기억.. 2019. 1. 27.
2018년 3월 9일 그들을 혐오하는 나 2018.03.09 금요일날씨: 묘하게 덥고 습하다. 상쾌하지가 않다.PM: 09:47 불우한 가정환경, 트라우마, 결핍. 나는 나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두면 안 되나요? 그렇게 말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방에 좀 들어가 있어달라고?아니잖아. 피곤해보여서 그렇게 얘기한 거겠지. 나는 이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그들은 어쩔 수 없었던 인간들이 아니라 무력감에 마음을 괴어놓은 자폐아들이다.환경이 나를 좌우할지라도 언제까지나 나는 자폐아가 되어선 안 된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있다.그들은 소파 아래마음을 괴어놓았을 것 그들은 보란 듯이누군가가 보란 듯이무언가를 보진 못하고보란 듯이 허우적대는 음성직선으로 뻗은 다리뱉어 놓은 가래그들은 보란 듯이 들으라는 듯이 한다. 아무.. 2019. 1. 27.
2018년 3월 7일 현명한 생각을 하는 나 2018.03.07 날씨: 봄의 시작. 실내에선 조금 더운 느낌이 난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하지만 긴 패딩을 입기엔 부담스럽다. 그래도 밤엔 추워. 다음 주 정도면 봄이 될 것 같다. 똑똑한 삶에 대한 기록 꼰대 같지 않음으로 기록하고 싶진 않다. 현명하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는 건가. 삶의 깊이 혹은 지식의 깊이. 지혜로 이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는 것은 썩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말놀음으로 번지기 쉽다. 현학의 장난감이 된다. 현명함에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경험이다. 경험이란 실제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적용 능력이다. 자기가 느낀 것들을 어디서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 식상한 말이지만 경험만 가득하.. 2019. 1. 27.
2018년 2월 24일 나의 탄생을 생각하는 나 2018.02.24 날씨: 내가 새 학기의 설렘으로 기억하는 날씨. 아직은 춥다. 나는 낳아졌다.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스물 셋에야 입 밖에 낼 수 있던 것. 관계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단상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관계하지 못하는 둘의 관계로 낳아진 것이 있다. 아들이지, 기왕이면. 어딘가에는 기왕이면 하고 태어난 자식들이 있다. 누군가의 입으로 듣고 싶은 말이었다. 알콜 아기. 섹스도 할 줄 모르는 나의 부모는 섹스를 해서 날 낳았다.관계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폐를 관계라고.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괴어놓고 싶은 것. 2019. 1. 27.
2017년 12월 12일 일일 간병인인 나 2017.12.12 화요일 PM.08:02날씨: 여전히 춥다. 하지만 옷이 따뜻하다. 하나.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 할머니는 왜 그렇게 돈을 아끼려고 했는지? 자식 사랑은 어찌나 끔찍한지. 그 시대 사람 특유의 것들이다. 그리고 또. 그 당시 서울 바닥에서 살아 남은 할머니의 강인함. 할머니는 진정 강자다. 하지만 굳은살은 쉽게 생기는 지도 모른다. 그건 쉽게 바스러져 버릴 수 있다. 둘. 구십 세 노인에 대한 이야기.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구십 세 노인. 사람은 약해진다. 셋.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노인 이야기. 아유 괜찮아요. 그는 심히 외로워진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2019. 1. 27.
2017년 12월 11일 간병인을 자처한 나 2017.12.11 월요일날씨: 최저기온이 15도이다. 춥다. 겨울인데 맘에 든다. -C가 입원했다. 편도에 고름이 차서 염증이 생긴 병이란다. 퇴근해서 B와 C 병문안을 갔다. 그리고 할머니도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해서 내일, 내일모레 간병인으로 가기로 했다. 휴가를 내고. 오늘은 기록이 하고 싶어서 한다. PM.10.44 2019. 1. 27.
2017년 12월 10일 시험 일정을 알게 된 나 2017.12.10 일요일 PM.12:33날씨: 눈이 많이 내렸다. 하지만 기온은 낮은지 낮이 되니 설탕물처럼 녹는다. 시험 일정이 나왔다. 한 달 앞이다. 어떤 회의가 든다. 정확히는 회의는 아니고, 조금 의미 없다는 생각. 읽고, 쓰는 것. 강박이 없어지니 확실히 알겠다. 하지만 강박이 다시 생겨날 것만 같다.그리고 나의 만성 피로. 난 혐오감에 술을 줄였을 뿐이고, 그렇게 대단히 몸을 사린 것 같지도 않은데 컨디션이 괜찮다. 그걸 이제야 안 것이 놀라울 따름. 사실 저번 달 말에 열흘 간격으로 일기를 쓴 일이 생각나, 오늘이 마침 거의 열흘째라 쓴다. 오늘은 쓸 말이 없다. 라고 쓰려고 했다.B씨와는 잘 지낸다. 사람의 관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좋은 것은 크게 떨어져나갈 수가 없는 것. 점점 세상.. 2019. 1. 27.
2017년 11월 20일 장면들을 떠올리는 나 2017.11.20 월요일 날씨: 무더위와 마찬가지로 추위에도 안정기가 있다. 온통 파란 빛깔을 띠는 하늘이 눈에 익고, 코 끝에 가닿는 겨울 냄새도 마음을 들쑤시는 대신 찡하도록 차갑게 맺히기만 한다. 이제 입김은 눈에 선 풍경이 아니다. 떠오르는 말이 없다. 문제는 떠오르는 말이 없음을 죽음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모파상의 비곗덩어리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면? 북받치는 감정은 있어도 흐르는 눈물 묘사할 능력이 없다면? 난 죽은 것인가. 다행이도 떠오르는 장면은 있다. 버스에서 현금으로 승차비를 지불하는 승객과 자리에 앉기를 종용하는 기사. 승객은 정당한 행위를 위해 친절한 미소를 걸어놓고 값을 물었고, 기사는 달리는 버스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승객을 걱정했다. 둘의 표면은 누가 봐.. 2019. 1. 27.